종이수첩 판매 해마다 8~10% 증가
‘단순저장 넘어 삶 기록’ 의미 담겨
‘단순저장 넘어 삶 기록’ 의미 담겨
회사원 강경림(30)씨는 중학교 2학년때부터 15년째 종이수첩을 쓰고 있다. 정보기술(IT)회사에 다니는 강씨는 잠시 ‘외도’도 했다. 아이폰이 한국에 처음 출시된 직후인 2010년에는 종이수첩 대신 스마트폰으로 일정을 관리했다. 하지만 2년이 채 안 돼 다시 종이 수첩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업무용과 사생활용 종이수첩 2개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저장하면 쉽게 잊혀져요. 종이수첩에는 제 삶의 기록을 남길 수 있죠.”
‘디지털 기기’ 대신 ‘아날로그 수첩’을 찾는 이는 강씨만이 아니다. 종이수첩 판매량이 계속 늘고 있다. 종이수첩이 집중적으로 판매되는 지난해 11월부터 두달 동안, 문구판매점인 교보문고 핫트랙스의 종이 수첩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핫트랙스 관계자는 “지난해 10월께부터 종이수첩 판매를 언제 시작하느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와 예년보다 한 달 빠른 11월부터 종이수첩 판매를 시작했다”며 “이런 현상은 이번에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최근 5년 동안 매년 8~10%씩 판매량이 증가해왔다”고 밝혔다.
매장에서 종이수첩을 판매하는 스타벅스도 2011년 30만부를 제작해 모두 판매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45만부의 종이수첩을 제작해 모두 팔았다.
스마트폰 등 최신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일정·메모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는데도 종이수첩을 고집하는 이들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핫트랙스 관계자는 “자판으로 입력하는 것보다 생각과 느낌을 직접 손으로 쓰는 것을 더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전통적인 종이수첩에 가계부, 공부계획 메모장 등을 결합시킨 상품이 나오는 등 종이수첩이 계속 진화하는 것도 판매량 증가에 한 몫 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역설적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스마트폰으로 일정을 관리하는 것이 편리하고 실용적이긴 하지만 그저 ‘저장’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반면, 손으로 쓰는 행위 자체가 자신의 삶을 ‘기록’하며 자신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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