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너무 많아” “주변 걱정 일색” 법조계, 헌재 위상 동반추락 우려

이 후보 인사청문회 반응

대법관 출신들도 잇단 쓴소리
“그 정도로 신망 못얻었나 놀라”
부실한 사전검증 도마에 올라
민변 “국회 부적격 의견 채택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헌재 소장으로 자격이 없다는 여론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법조계 안에서도 ‘더는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 후보자가 헌재 소장에 임명될 경우 헌재 조직 전체의 위상 추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헌재 고위직을 지낸 한 변호사는 2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의혹이 너무 많다. 헌재 소장이 되면 본인의 상처를 헌재가 같이 입게 될까 걱정이다. 헌재 소장은 우리 사회에서 상징적인 자리다. 과거 광범위하게 벌어진 부정적인 일들로 의혹을 받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앉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직 고위 법관들도 이 후보자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대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처음에 판결 성향을 놓고 논란이 된 부분은 이해가 갔다. 입장이 다르다고 공격을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적절한 처신 등) 사태 추이의 진행을 보면서 후보자 본인이 주변의 신망과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법조인들은 ‘저럴 정도로 신망을 얻지 못했을까’ 하고 많이 놀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해선 “본인도 청문회를 거치면서 충격을 받고 놀랐을 것이다. 본인이 판단할 문제지만 주변에선 걱정 일색이다”라고 전했다.

대법관 출신의 다른 변호사는 “이 후보자가 청문회 전에 그만뒀다면 모양새가 좋았겠지만 청문회에까지 나온 것을 보면 자진 사퇴는 어려울 것 같다.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을 하는 상황까지 가면 헌재에도 바람직하지 않고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실한 사전검증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미국은 연방대법관을 지명하기 전에 사전검증에서 사소한 도덕성 문제까지 다 걸러진다. 사전에 (흠결을) 알고 지명했어도 문제고, 모르고 지명했어도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청문회를 보다가 티브이를 꺼버렸다. 왜 자진 사퇴를 못 시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부적격 의견 채택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논평을 내어 “월 400여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자신의 통장에 넣고 이리저리 굴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사 구분이 없음이 명확하다. 이런 자격 없는 사람을 국민 반대를 무릅쓰고 헌재 소장에 앉힌다면 헌재가 아무 기능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논평에서 “이 후보자는 기본적 헌법관이나 정치적 중립성을 갖고 있지 않으며, 절제와 준법의식에 투철해야 할 고위법관으로서 도덕적 소양마저 갖추지 못해 헌법재판소장으로서는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김정필 김태규 박현철 기자 [e-mail]

■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 의혹 리스트(계속 추가중)

(1) "친일파 국가재산 환수 위헌"

(2) 홀짝제 피하게 관용차 더달라, 송년회 때 삼성협찬 받아와라, 검찰에 골프부킹 책임져라, 위장전입

(3) 저작권법 위반 논란

(4) 군 복무중 석사 학위 취득 논란

(5) ‘긴급조치 헌법소원’ 주심때평의 미루기

(6) 장남 증여세 탈루 의혹

(7) 6억 벌어 6억 저축? 재산 불린 과정 의혹

(8) "다시 돌아올거야" 퇴임 4개월 지나서야 짐 빼기

(9) 불법 정치자금 후원 전력

(10) 병원비 보험사에 떠넘기기의혹

(11) 집 근처서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12) 공금으로 부부 관광성 외유

(13) 직원에게 대리운전 시키기, 여직원엔 "법복 입혀달라"

(14) 이동흡 후보자 부천지원장 때 조폭두목 3일만에 풀려나…왜?

(15) 사찰기부금 출처, 딸 유학비 계좌 못밝혀…"허위영수증 냈나"　

(16) 해외출장 중 관용차 사용…이동흡 ‘유령?　

(17) 2억대 공금 받은 계좌서 개인보험료 냈다　

(18) 장남 군복무때 1주일 1번…사병 2배 넘는 97일 휴가　

(19) 이동흡, 딸의 피부양자로 등록…건보료 안내　

(20) 특정업무비 3억여원 본인·부인 MMF계좌로 빠져나가　

[관련영상] 총리·청와대·4대강·이동흡…‘상식이 옳다’ (한겨레캐스트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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