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차 주차안내 지연’ 징벌 논란
거짓 해명·말바꾸기로 의혹 키워
구의회, 오늘부터 진상조사 착수
거짓 해명·말바꾸기로 의혹 키워
구의회, 오늘부터 진상조사 착수
서울 서초구가 ‘청원경찰 돌연사’(▷ 서초구 청원경찰 돌연사…‘징벌 원인’ 의혹)와 관련해 거짓 해명과 말바꾸기를 거듭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29일 본격화하는 구의회 조사특위의 진상규명을 사실상 방해하는 모양새다.
서초구의 최하급 공무원인 이아무개(47)씨는 24시간 근무(주·야간 당직) 뒤인 지난 10일 오전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5시간여 만에 심장성 쇼크 등으로 숨졌다. 이씨의 돌연사를 놓고 구청 안팎에서 ‘부당한 근무 지시’ 의혹이 일었고, 구의회는 조사특위를 구성했다.
1990년부터 청경으로 근속해온 이씨의 업무는 경계·주차관리 등 주로 야외에서 이뤄진다. 연초부터 이들 청경의 근무 환경은 크게 변했다. 관계자들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일 오전 진익철 구청장 관용차 등에 대한 주차안내가 늦었다는 이유로 난방기가 설치된 옥외초소를 3일 오후까지 26시간 동안 잠갔고, 근무관리가 강화되었다. 지난 1~10일 27년 만의 혹한이 서울에 들이닥쳐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던 때다. 서초구의회가 “누가, 얼마나 문을 잠갔는지 설명이 엇갈리고 사인과 연관이 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나선 이유다.
서초구는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22일부터 23, 25, 27일 네 차례 이상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구두 해명까지 요지는 “관용차 주차안내 지연을 이유로 징벌할 이유도, 징벌한 사실도 없음”,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의 지시로 26시간만 폐쇄”, “초소 폐쇄 등 근무환경과 이씨의 사망은 무관하다”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 대부분은 서초구 실무 책임자 사이에서도 엇갈리거나 번복된 것이다.
서초구 총무과 간부는 지난 15일 <한겨레>에 “1월2일 (진 구청장이) 서울시 시무식에 갔다 들어오는데 좁은 옥외초소에 (청경) 세명이 들어가 있다 나중에 (관용차를) 발견하고 뛰어나갔다. 행정지원국장이 근무를 제대로 서라고 질타했고 초소 문 폐쇄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조 국장은 <한겨레>에 “내 지시가 아니라 청경들이 알아서 문을 잠갔다”고 해명했다가, 몇 시간 뒤 “구청장 차량과는 전혀 상관없이 내가 개인 용무 뒤 들어오는데 민원 차량 2대가 안내를 못 받길래 근무 태만을 지적하고 초소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고, 이후 다시 “구청장과 시무식 다녀오던 차 안에서 안내 못 받는 민원 차량들을 보고 화가 나서 지시했다”고 말을 뒤집었다. 조 국장이 관용차에 동승해 진 구청장을 수행하던 와중에 발생했으나, 그 사실만 끝까지 감추려던 것이다.
진익철 구청장은 <한겨레>에 “구청장이 (초소 폐쇄) 그런 걸 지시할 이유가 없다. 조 국장한테 다 물어보라”며 전화를 끊었다. 지난 11일 밤 이씨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동료 청경들도 “할 말이 없다”며 기초사실 확인조차 꺼렸다.
의원 8명으로 구성된 서초구의회 조사특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진상조사에 들어간다. 한 위원은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 증거 자료나 내부 증언이 없다면 조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진 구청장의 공천 경쟁자였던 허준혁 전 시의원(새누리당)이 지난 25일 “구청장님 주차 늦었다고 사람을 얼려 죽이다니…”라고 올린 블로그가 인터넷에 확산되어 논란이 변질되기도 했다. 서초구는 허 전 시의원을 허위사실 적시 및 명예훼손 혐의로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허 전 시의원은 27일 제 블로그에 “함축적 표현이었다”며 “이씨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가 있었다고 한다. 이들 병은 추위에 가장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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