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희귀병 두아들 손발 20년, 엄마는 버티지 못해…

등록 2013-02-05 20:18수정 2013-02-06 14:58

22살·19살 형제 뒤로한채 목숨끊어
신체·지능 안자라는 ‘뮤코다당증’에
두아들, 부모 도움 없인 꼼짝 못해
남편마저 다쳐 기초수급비로 생활
지난 2일 정선옥(가명·49)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목을 맸다. 정씨는 두 아들을 세상에 남겨뒀다. 정씨의 장례식이 치러진 4일, 두 아들은 5평 남짓한 방에 누워 있었다.

한 명은 안쪽으로 굽은 채 굳어버린 손발을 버둥거렸다. 다른 한 명은 “으으으음” 신음 소리를 냈다. 몸무게 20㎏이 채 되지 않는 형제는 기껏해야 7살 정도로 보였다. 두 형제의 실제 나이는 각각 22살, 19살이다.

형제는 ‘뮤코다당증’이라는 희귀난치질환을 앓고 있다. 몸에 쌓이는 이물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어 신체 각 기관의 성장이 멈추고 제구실을 못하는 병이다. 몸은 물론 지능도 자라지 않는다. 형제는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한다. 도움 없이는 앉지도 일어서지도 못한다. 20살 안팎의 형제는 이날도 기저귀를 차고 누워 있었다.

“감기몸살이라도 걸리면 아프다고 막 울부짖는데 어디가 아픈지 제대로 말을 못하니…. 그럴 때는 가슴이 미어져요.” 아버지 유지현(가명·51)씨는 고개를 떨궜다.

두 아들은 각각 2살 무렵 “엄마, 아빠”라는 말을 처음 했다. 그것은 마지막 말이 됐다. 두 아들은 그 뒤 알 수 없는 ‘소리’만 질렀다. 두 아들은 걸음마도 뗐다. 하지만 두 아들이 밟아본 땅은 넓지 않았다. 남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두 아들은 자리에 누워버렸다. 이후 지금까지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 좁은 방에서 지냈다. 어머니 정씨는 그런 두 아들을 품에 안고 지난 20여년을 살았다.

정씨는 두 아들의 몸을 일으켜 휠체어에 앉히고 일주일에 한번씩 병원에 갔다. 두 아들은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뮤코다당증 전문병원에서 4시간 동안 효소 주사를 맞았다. 병원에 다니면서도 병이 나을 것이라는 희망은 품지 못했다. 효소를 주사로 주입해 지금보다 상태가 더 악화하는 것을 늦출 뿐이었다.

정씨는 두 아들에게 매 끼니를 떠 먹였다. 두 아들에겐 빨대를 빨아들일 힘도 없었다. 정씨는 액체로 된 ‘메디푸드’를 두 아들의 입을 벌려 일일이 떠먹였다.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겨우 살아내고 있긴 한데, 버티기가 너무 힘들어요.” 아내가 입버릇처럼 했던 말을 남편 유씨는 기억한다. 유씨는 2년 전부터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퀵 서비스’를 해서 돈을 벌었지만,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그만뒀다. 두 아들을 돌보느라 정씨는 일 나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월 76만원 정도의 기초생활수급비가 네 식구의 생활비였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중증장애인 자녀들을 돌보느라 많이 힘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뮤코다당증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대개 비슷한 멍에를 지고 살아가고 있어요. 이런 가정이 깨지지 않도록 사회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홍혜숙 뮤코다당증환우회 회장이 말했다. 국내 뮤코다당증 환자는 대략 120명으로 추정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끝까지 버티는 이동흡 “3억원 전액 환원할 용의”
새 정부 공식명칭 ‘박근혜 정부’로 결정
안재욱, 미국서 5시간 수술 받아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 무기징역 억울? 항소
[화보] 연아와 함께한 ‘평창 스타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