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시끄럽다” 윗층 이웃 살해한 용의자 사흘째 행방 묘연
주민끼리 폭행 맞고소도…“부실 건축한 건설사의 잘못” 설 연휴 동안 이웃 간의 층간소음 다툼이 살인과 방화로 이어졌다. 연휴 첫날인 9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김아무개(45)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위층에 사는 노부부를 찾아온 아들 2명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현장에서 달아난 김씨는 사흘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11일 경찰 수사 내용을 종합하면, 김씨는 9일 애인인 박아무개씨와 함께 박씨의 동생 집인 이 아파트 6층에 와 있었다. 오후 5시30분께 김씨는 위층에서 들려온 소음에 항의하러 7층으로 올라갔고, 서로 목소리가 높아지자 김씨는 피해자 김아무개(33)씨 형제에게 “주민에게 방해되니 나가서 얘기하자”고 말했다. 아파트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김씨는 흉기로 두 형제를 수차례 찔렀고, 바로 도주했다.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김씨 형제는 순찰을 돌던 경비원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모두 구급차 안에서 숨졌다. 피해자인 형 김씨는 설 명절을 맞아 부인과 함께 세살짜리 딸을 데리고 부모의 집을 찾았고, 동생 김아무개(31)씨는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린 부인과 함께 와 있었다. 평소 7층 집에는 노부부만 살고 있었다. 경찰은 용의자 김씨가 아내와 별거중이었고, 내연녀 박씨와 2011년 5월께 만나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설 연휴이기 때문에 탐문수사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김씨를 최대한 빨리 검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일에는 층간소음으로 다투다 윗집에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께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박아무개(49)씨가 2층 홍아무개(67)씨의 집 거실에 인화성 물질이 든 유리병을 던지고 불을 붙여, 홍씨 부부와 설을 맞아 홍씨의 집을 방문한 두살배기 손녀 등 일가족 6명이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마셔 병원에 실려갔다. 불은 소방서 추산 2100만원의 재산 피해를 내고 17분 만에 꺼졌다. 경찰은 11일 박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건물 1층에 사는 박씨는 누수 문제로 홍씨에게 소송을 제기해 보상을 받은 일이 있었고, 이후에도 층간소음 등으로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2층에 불만이 있던 박씨가 설 당일 들려오는 소음을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어온 서울 강동구 ㄹ아파트 주민들이 상호 폭행 혐의로 경찰에 맞고소한 사건도 있었다. 고소 당사자인 장아무개(38)씨와 박아무개씨는 위아래층에 사는 사이로, 장씨가 이사 온 날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다툼을 벌였다. 이후에도 소음은 줄어들지 않았고 박씨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인터폰을 걸며 고성이 오간 끝에, 지난달 29일 서로 밀치고 다투는 과정에서 박씨의 입술이 찢어지는 충돌까지 벌어졌다. 장씨는 층간소음 문제가 근본적으로 건설사의 잘못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씨의 아내인 고아무개(37)씨는 “이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는 집은 대부분 매트리스를 깔고 산다. 그런데도 층간소음이 줄지 않았다. 노부부만 사는 집도 이웃에게 항의전화를 받을 정도로 방음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윤형중 김규남 조애진 기자 hjyoon@hani.co.kr
“공동주택 건설, 소음규제 기준 강화를”
전문가들이 본 층간소음 해법 매트리스 깔고 걷지만 시끄럽기도
규제만으론 한계…윤리의식 키워야 인터넷에서는 층간소음과 관련한 법률 상담을 해주고 소송절차와 법률상식을 알려주는 사이트들이 많이 생겨났다. 특히 우리나라 주거 형태의 65%가 아파트나 다가구주택 등 공동주택이어서 층간소음 다툼을 결코 ‘남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설사들의 노력과 더불어 설계나 준공 단계에서 기준을 강화하고, 그 기준을 지키도록 규제를 철저히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29일 층간소음으로 위아래층 이웃 사이에 폭행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동구 ㄹ아파트의 경우 집안 전체에 매트리스를 깔고 양말을 신은 채 뒤꿈치를 들고 걸었는데도 소음이 줄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아파트는 11개 주요 건설사 가운데 소음과 관련한 정부 등급을 최저치로 통과한 곳이다. 환경부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졌다.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이르면 3월부터 평균 소음도 측정 간격을 5분에서 1분으로 줄이고, 소음 기준치를 주간 40㏈, 야간 35㏈로 현재 기준보다 10~15㏈ 낮추는 등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승복 연세대 교수(건축공학)는 “슬래브(바닥 또는 천장)를 아무리 두껍게 만들어도 충격이나 소음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기 때문에 규제 강화만으로는 층간소음 다툼을 해결할 수 없다. 공동주택에서 더불어 사는 윤리·행동지침 등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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