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의 총공격 계획을 국군에 제보했다가 오히려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홍윤희(83)씨가 63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원범)는 1950년 군사재판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홍씨의 재심에서 “당시 헌병수사관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가 유일한 증거인데, 이 조서로는 홍씨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되지 못하고, 유죄를 입증하는 다른 증거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 서울 육군본부 감찰감실에서 복무했던 홍씨는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할 때 빠져나오지 못해 부득이하게 인민군에 입대했다. 인민군을 따라 남하하던 홍씨는 그해 8월 대구 인근 전선에서 ‘인민군이 9월에 총공격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곧 북한군을 탈출해 국군에 귀순한 뒤 이런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며칠 뒤 “아군과 교전해 적군을 구조했다”는 이유로 헌병대에 체포됐으며, 재판에 넘겨져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두차례 감형된 끝에 1955년 출소했다.
홍씨는 출소 직후부터 재심 청구를 위해 발벗고 뛰었으나 기록 등이 부족하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2011년 5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홍씨가 1950년 9월1일 국군에게 북한군의 총공격을 보고했다’는 내용이 담긴 미군의 문서를 발견해 재심의 길이 열렸다.
선고 후 홍씨는 “조국을 위해 분투했는데 이적죄로 사형까지 선고받아 세상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 죽기 전에 무죄를 받아야겠다는 집념에서 시작했는데, 무죄를 받아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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