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조갑제가 ‘사랑한 남자’, 이명박

등록 2005-08-16 07:56수정 2005-08-16 08:34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조갑제 홈페이지에서 “차기 대통령감” 극찬
극우보수 대표적 논객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최근 이명박 서울시장 지지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조 전 편집장은 8월1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정오엔 서울역, 저녁엔 서울시청으로!’라는 글에서,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주도의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축전’과 서울시 행사를 비교하면서 “이 시장이 언젠가는 대한민국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서울시청을 태극기로 감싸고 서울시립교향악단(정명훈 지휘)이 안익태의 코리아 판타지 등을 연주한 것을 놓고 이렇게 표현했다. “대한민국의 생일 축하 잔치날에 대한민국의 이단세력과 반역세력이 작당하여 서울을 저주의 굿판, 분열의 깽판으로 만들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명박의 서울시는 정신을 차리고 대한민국의 일각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 시장이 언젠가는 그 대한민국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는 이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주적이자 동족학살자인 김정일에 대해서 굴종하면서 애국을 멀리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의 ‘독특한’ 정신세계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은 ‘친북세력이자 대한민국의 이단세력’이고, 박근혜 대표는 ‘굴종세력’이고, 오로지 이명박 시장만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지키고 있는 ‘태양’인 셈이다.

지난해부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 시장을 비교하면서 ‘이명박 지지’를 은근하게 표현했던 조 전 대표는, 지난달부터 이 시장 앞에 찬사를 바치고 있다. 한 달 전인 7월15일엔 이 시장이 출연한 토론 프로그램 평을 올리면서 “이 시장은 일을 할 줄 아는 사람, 겁이 없는 사람, 국민들의 애환을 아는 사람, 안심할 수 있는 사람, 인상이 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진 사람이란 인상을 어제 강하게 남겼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명박 시장을 차기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라고 썼다. 이 정도면 ‘이(李)비어천가’ 수준이다.

이명박 시장에게 득될까, 독될까

문제는 이런 조 전 대표의 열렬한 애정표현이 큰 꿈을 품고 있는 이 시장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극우세력들의 눈과 귀는 ‘조갑제의 입’에 쏠려있다고 할 정도로 그 세계에서는 나름대로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울타리’를 넘어서면 ‘대답없는 메아리’ 수준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심지어 “언젯적 레코드판을 아직도 틀고 있느냐”며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저항권’이다. 그는 2003년 8월 ‘친북 비호 독재정권 타도는 합헌’이란 글에서 “정권이 나서서 반역과 독재에 대한 국민의 합법적 대응의 길을 막으면 국민은 국가와 헌법과 자유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그런 정권을 반역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 속에는 물론 군인도 포함된다”고 저항권을 들먹였다. 그 이후 조 전 대표를 포함해 극우 성향 인사들이 잇따라 군 쿠데타를 부추기는 듯한 언행들을 쏟아냈지만, 만 2년이 지나도록 국민들이 그의 바람대로 저항권을 행사하려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광복 60돌을 맞은 15일 서울역에 모여 북한 대표단의 현충원 참배, 남북통일축구 경기에서 단일기 사용 등을 언급하며 “이제 우리 국민들이 국군과 함께 저항권을 발동하여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에 앞장서야 한다”고 목청을 올렸지만, 집회장 바깥으로 큰 울림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김정일 하수인과 노무현 좌파 정부를 몰아내자”는 주장 역시 집회장을 오가는 시민들의 관심을 붙들지 못했다.

이 시장쪽 “고맙기는 하지만…”

사정이 이렇다보니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의 생리상 ‘열렬 지지’를 쌍수들어 환영할 만한데, 이 시장 쪽은 그렇지 않은 분위기다. “고맙기는 한데…” 뒤에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조 전 대표와 그의 추종세력들의 강력한 지지는 그만큼의 부담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의 말을 들어보자. “표를 보태주는 사람이면 좌든 우든 중도든, 이념과 지역과 계층을 떠나 고마운 것이다. 하지만 다음 정권의 아젠다, 국가의 발전 방향, 전략 등을 특정 방향으로만 이끌려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치인으로서 사랑받기를 원하지만 자기 방향으로만 이끌려하거나 특정 색깔로 컬러링을 해 가두려한다면 생각할 부분이 있다. 그게 조갑제든 좌파든 마찬가지다. 실사구시를 중시하는 이 시장이 극우 보수의 대표주자쯤으로 여겨지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시장은 지난 5월 “한나라당에서 요청하더라도 서울시장 선거에 재출마하지 않겠다”며 “남은 임기동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후에 공식적으로 국민들 앞에 밝힐 때가 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선 출마 의지를 에둘러 드러낸 것이다. 그런 마당에 조 전 대표 류의 ‘강추’는 그동안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쪽의 “개발독재시대의 리더십”이라는 비판과 맞물려 이 시장의 이미지를 고정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이념 논쟁에 발을 담그지 않고 청계천이나 교통체계 개편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굳이 이름 붙이자면 ‘업적주의’라고 할만큼 업적을 내세워 지지세를 불려온 그에게 조 전 대표의 ‘공개 구혼’은 ‘독이 든 사과’일 수도 있다. 조 전 대표의 열렬한 애정 표현에 그리 달갑지 않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조갑제식 러브콜’에 앞으로 이 시장이 어떻게 화답할지 주목된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