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28일 오후 법원의 보석 허가로 풀려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법원 “진실로 믿고 적시했다며 입장 변경” 보석 허가
노무현재단 “재판장 바뀌었다고…사법부 불신 가중”
노무현재단 “재판장 바뀌었다고…사법부 불신 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조현오(58) 전 경찰청장을 법원이 8일 만에 보석으로 풀어줬다. 노무현재단은 논평을 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처사”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장성관 판사는 28일 “보증금 7000만원을 내고, 외국으로 나갈 때는 법원의 허가를 받는 조건 등으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보석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장 판사는 결정문에서 “피고인이 당초 자신의 발언이 진실이어서 무죄라고 주장했다가, (1심 이후엔) 허위사실로 판명되더라도 진실로 믿고 적시했으므로 무죄라는 입장으로 확대 변경됐다”며 “1심에서 변경된 쟁점에 대해 공방이 이뤄지지 않은 점과, 피고인이 1심 선고 후 비로소 자신에게 정보를 전달한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무죄를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조 전 청장이 1심 재판 때와 다른 주장을 편 것을 보석 허가의 주된 이유로 삼았다는 뜻이다.
장 판사는 또 “피고인이 우리나라 경찰의 수장을 역임한 사람으로 경찰 전체의 명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이고,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헌법상의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그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는 점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는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지위를 스스로 망각하고 근거없는 추측성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침소봉대하는 무책임한 언행을 반복한 것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며 조 전 청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바 있다.
경찰청장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죄를 엄중하게 물었던 법원이 경찰청장이라는 지위를 고려해 보석을 허가한 것이어서 자체 모순에 빠진 셈이다. 한 변호사는 “1심 판결은 고위층 인사들에게 관대한 판결을 내렸던 사법부의 악습을 끊는 의미가 있었는데, 이번 재판부가 어리석은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방어권 보장은 모든 구속 피고인들이 하는 말이다. 또 경찰 전체의 명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로 풀어준다면, (수감중인) 재벌 총수들도 그룹의 명예를 고려해 다 풀어줘야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노무현재단은 논평을 내 “법원 인사로 재판장이 바뀌었다고 불과 일주일 만에 보석을 허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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