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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오원춘 사건 1년도 안 됐는데…112신고 해도 “번지수 어디냐?”

등록 2013-03-04 15:56수정 2013-03-04 16:01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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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지역 신고전화 서울로 연결
장난전화 처리 번호로도 전화 돌려
112신고센터의 안이한 대처와 경찰의 늑장 출동으로 20대 여성이 끔찍하게 살해당한 이른바 ‘오원춘 사건’이 일어난 지 채 1년도 안 됐으나, 아직도 경찰의 112신고망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지역에서 한 신고전화가 서울로 연결되는가 하면, 아직도 신고자에게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주소(번지수)를 되묻는 등 오원춘 사건 당시의 허술한 신고접수 체계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오후 8시50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어린이놀이터를 지나던 이아무개씨는 7~8명의 고교생들이 담배를 피우며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피우는 것을 목격했다. 파출소에서 직선거리로 300여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다 아파트단지 안이라는 점 때문에 경찰에 신고를 하려했으나 휴대전화를 집에 놓고 나온 상태였다. 이씨는 때마침 길가던 <한겨레> 기자에게 신고를 부탁했다. 기자는 휴대전화로 지역번호(031)와 함께 112번을 눌러 신고를 대신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8시53분에 112신고전화를 받은 경찰관은 신고내용을 채 듣기도 전에 “지역이 어디냐. 무슨 동이냐”고 물어봤다. 이에 “여기는 ○○동이다”라고 말하자 이 경찰관은 “(찾아보니) 그런 동은 없다”고 응답했다.

이에 기자가 다시 항의하자 이 경찰관은 “그럼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몇 번지냐. 주소를 대라”고까지 했다. 이에 기자는 “지역번호 031과 112를 누르면 경기경찰청으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 그런데 그런 동이 없다니 무슨 말이냐”고 항의했고, 이 경찰관은 “여기는 서울경찰청이다. 182(경찰민원콜센터)번을 대줄테니 거기에다 말하라”며 전화를 돌려버렸다.

182는 긴급신고 전화인 112와 분리해 장난전화나 경찰관련 민원 및 실종신고 등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운용하고 있는 경찰 민원콜센터번호이다. 신고자에게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주소를 다그치던 경찰관이 긴급신고를 경찰에 대한 불만이나 장난전화로 판단해 182로 돌린 것이다.

지난해 4월1일 밤 경기도 수원시에서 일어난 오원춘 사건 당시에도 112신고센터 경찰관들은 긴급하게 구조를 요청하는 피해 여성에게 ‘주소가 어디냐’는 등의 질문도 모자라 ‘장난 전화인 것 같다’며 안일하게 대응해 끔찍한 화를 불렀다.

이처럼 112에 신고자를 대신해 6분 넘게 통화한 기자는 이날 밤 9시3분께 같은 방식으로 전화를 하자 이번에는 경기경찰청 112신고센터로 곧바로 연결됐다. 상황을 설명하자 “휴대전화 신고가 서울로 접수될리 없다. 일단 사건처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3분 뒤인 9시6분 관할 지역 파출소에서 신고자(기자)에게 휴대전화가 걸려와 다시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했고, ‘무슨 이유냐. 전화번호는 상황실에서 다 확인되고 녹취까지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묻자, 경찰관은 ‘사건 처리 뒤 연락을 위해서’라고만 답했다. 이후 이날 밤 9시47분 해당 파출소에서는 “신고 접수한 건 모두 처리됐다”고 연락이 왔다. 112에 신고전화를 접수한 지 54분 만이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과 경기경찰청은 “전화가 이상하게 연결된 것 같다. 112통신망의 장애 여부를 확인해보겠다. 그러나 신고자에게 사건 주소를 물은 것은 잘못된 일이므로 철저하게 교육하겠다”고 알려왔다.

이를 지켜본 이씨는 “경찰이 벌써 오원춘 사건의 교훈을 벌써 잊은 것 아니냐. 정말 긴급한 상황이었으면 뻔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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