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에 왕따 암시…경찰 수사
학교서 ‘위기학생’ 상담받기도
학교서 ‘위기학생’ 상담받기도
부산에서 개학 첫날 여중생이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음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4일 아침 7시45분께 부산 중구의 빌라 앞 도로에 ㄱ중 3학년 박아무개(14)양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것을 빌라 건물주 김아무개(41)씨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김씨는 “집에 있는데 무슨 소리가 나 창문 밖을 보니 박양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양은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숨졌다.
경찰은 검안의가 ‘박양의 주검에 외상이 없고 머리 부위의 손상으로 사망했다’고 한 점, 박양이 살던 집과 휴대전화, 수첩 등에 유서가 발견된 점 등에 비춰, 박양이 빌라 3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박양의 부모는 일을 하러 나갔으며 고교생인 오빠는 등교해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박양은 집 거실에 남긴 유서에서 “죄송해요. 또다시 외톨이가 될까봐”라고 적었다. 또 스마트폰 메신저(카카오톡)에 “죽고 싶은 마음에 눈물이 난다”는 내용의 글을 친구한테 남겼다.
경찰은 박양의 친구들을 상대로 평소 박양이 따돌림을 당했는지 등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양이 지난 3일 밤 친구와 다툰 뒤 화해하지 못해 걱정했다는 어머니의 진술을 바탕으로 친구와 다툰 것을 괴로워해 자살했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자살 동기를 밝혀내기 위해 박양의 휴대전화와 친구들이 보낸 문자메시지 등을 분석하고 있다.
박양은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친구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담임교사, 위기 학생을 상담하는 이른바 ‘위클래스’ 상담사가 박양과 여섯 차례 상담했으나 박양의 자살을 막지는 못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5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 박양의 주변 학생 두 명이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지만, 박양은 자살을 우려할 만한 특별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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