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림 32호가 살아 있을 때 모습. 구례/연합뉴스
지난 4월 북한서 들여와…농장에 묻힌채 발견
멸종된 반달가슴곰의 복원사업을 위해 지난 4월 북한에서 들여와 지리산에 풀어놓은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올무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주검으로 발견된 곰은 생후 1년7개월 된 암컷 ‘랑림32’로, 다른 북한산 반달가슴곰 7마리와 함께 4월14일 남한으로 넘어와 두 달 남짓 현지 적응훈련을 거친 뒤 지난달 1일 지리산 국립공원에 방사됐다.
환경부는 “곰들에게 달아놓은 전파발신기를 통해 이들의 활동을 감시해 오던 중 지난 7일부터 랑림32의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조사에 나서, 지난 14일 오후 5시께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1㎞ 떨어진 농장 외곽에 매장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매장 지점 근처에서 올무를 발견하고 농장주 양아무개(57)씨를 면담한 결과, 멧돼지 피해를 막기 위해 자신이 설치한 올무에 곰이 걸려 죽어 있어 땅에 묻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구례경찰서는 양씨가 농작물 보호를 목적으로 올무를 설치한 것으로 일단 불구속 입건했으나, 반달곰 사체부검을 국과수에 의뢰해 쓸개가 적출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랑림32가 숨짐으로써 지리산에 남은 반달가슴곰은 북한산 7마리와 지난해 10월 방사된 러시아 연해주산 6마리 등 모두 13마리로 줄었다. 하지만 연해주산 6마리 가운데 1마리도 지난달 17일 등반객의 배낭을 뒤에서 잡아당기고 대피소에서 음식물을 뒤져 먹는 등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는 행태를 보이다 보호시설에 갇혀 실제로는 12마리만 남은 셈이다. 김정수 기자, 구례/안관옥 기자 jsk21@hani.co.kr
지리산 반달가슴곰 ‘랑림 32’가 걸려 숨진 올무. 경남 하동군 화개면 양아무개(58)씨가 자신의 밤나무 농장에 설치했던 이 올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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