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코다당증으로 고통받다 18일 새벽 폐렴으로 숨진 유현수(가명·19)군의 빈소가 서울 삼성동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왼쪽에 아버지 유지현(가명·51)씨와 형 진수(가명·22)씨가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뮤코다당증 가족의 비극
다리 불편한 아빠와 첫째만 남아
전문 돌봄 입원시설 한곳도 없어
다리 불편한 아빠와 첫째만 남아
전문 돌봄 입원시설 한곳도 없어
18일 새벽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 침대 위에서 뮤코다당증 환자 유현수(가명·19)군의 숨이 결국 멎었다. 병이 나을 것이라는 희망도 없이 20년 동안 희귀병을 앓는 두 형제의 손발 노릇을 하던 어머니 정선옥(가명·49)씨가 2월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44일 만이다.(<한겨레> 2월6일치 10면)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 유지현(가명·51)씨가 두 아들을 돌보는 일을 넘겨받았다. 뇌병변 1급 장애인인 두 아들의 나이는 이미 성인이지만 키는 1m가 채 안 되고 몸무게는 20㎏밖에 되지 않는다. 두 아들 모두 뮤코다당증을 앓고 있지만 증상은 제각각이다. 둘째인 유현수군은 기관지와 폐 등 내부 장기의 건강이 나빴다. 세살 위 첫째는 장기 상태는 상대적으로 괜찮은 반면 척추가 굽고 손발이 뒤틀려 있다.
두세 시간마다 하루 7번의 식사를 챙겨야 했다. 첫째에게는 액체 형태의 음식인 메디푸드를 숟가락으로 떠서 먹이고, 입을 벌리지 못하는 둘째에게는 컵으로 조금씩 흘려넣어줬다. 두 아들 모두를 먹이는 데 한 시간 남짓 걸렸다. 하루 7시간 넘게 메디푸드와 씨름했다. 그러다 보면 아버지는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옷을 입히는 일도 쉽지 않다. 둘째는 손발이 굽어 있지 않아 옷을 벗기고 입히기가 그래도 수월하지만, 첫째는 옷을 입히려고 팔을 조금만 움직여도 ‘우두둑’ 하며 뼈가 부러질 것 같은 소리가 나 진땀이 났다.
저녁 7시30분께 마지막 식사를 마치고 소화를 시킨 뒤 아이들을 눕히고 불을 끄면 첫째가 목과 손발을 떨면서 ‘으으으음’ 하는 신음을 내뱉는다. 굽은 몸으로는 바닥에 편히 눕지 못한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나서야 첫째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이 든다. 기관지가 나쁜 둘째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침과 가래를 방바닥에 흘리다 잠이 든다. 새벽 1~2시께 아이들이 고통에 지쳐 잠이 들면, 아버지도 비로소 고단한 몸을 누인다. 생전에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겨우 살아내고 있긴 한데, 버티기가 너무 힘들어요”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아내의 호소를 새삼 절감한다.
오토바이 배달 일을 하다 2년 전 사고로 다리를 다친 유씨는 이후 줄곧 일을 하지 못했다. 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수술비 200여만원을 마련하지 못했다. 중증장애인 아이들과 다리 수술이 필요한 유씨 가족의 유일한 수입은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을 합쳐 월 120여만원이다. 유씨는 아이들을 잠시 요양시설에 맡기고 푼돈이라도 벌어 수술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중증장애인을 받아주는 시설이 많지 않더라고요. 있어도 정원이 꽉 차 있고, 대기자까지 줄을 서 있는 상황이에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이 전국에 191곳 있지만, 거주 목적일 뿐 병원 치료까지 돕는 시설을 찾기는 힘들다. 특히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이 입원해 전문적인 돌봄과 치료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시설은 전혀 없다.
일주일 전부터 둘째가 감기를 앓기 시작했다. 아내가 살아 있었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뮤코다당증 환자에게 폐렴 합병증은 치명적이어서 아내는 겨울에 난방을 뜨겁게 하고 가습기를 틀어 습도 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둘째는 메디푸드를 넘기지 못해 토해내고, 음식이 기도로 들어가 고통스럽게 기침을 하기도 했다. 아내가 살아 있었다면 더 빨리 병원에 갔을지도 모른다. 열이 심해진 16일 밤에야 아버지는 둘째를 둘러업고 병원으로 향했다. 폐렴이었다. 응급실에서 곧 중환자실로 옮겼다. 사흘을 채 버티지 못하고 둘째는 숨을 거뒀다.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의사표현도 하지 못하면서 괴로워해요. 평소 각별히 유의한다고 했는데, 결국 폐렴에 걸려 이 지경에 이르다니 참담한 심경입니다.” 유씨가 울먹이며 말했다.
첫째는 이날 병원에서 일주일에 한번 맞는 효소주사를 4시간 동안 맞았다. 아버지는 형제가 한 방에서 지내 첫째도 폐렴에 걸리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첫째의 건강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사를 맞고 난 첫째를 활동보조인이 동생의 빈소가 있는 장례식장으로 옮겼다. 유모차에 앉은 첫째가 동생의 영정사진을 바라봤다. 눈은 두 형제의 몸에서 유일하게 제 기능을 하는 기관이다. 첫째가 어머니와 동생의 잇따른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버지도 알 길이 없다.
“유군의 엄마가 숨을 거두고 나서 생각보다 너무 빨리 유군이 세상을 떠나게 돼 너무 안타깝습니다. 지난번 <한겨레> 보도 이후 독자들이 보내주신 300여만원의 성금을 생활비가 아니라 유군의 장례비용으로 쓰게 될 것 같네요.” 빈소를 찾은 홍혜숙 뮤코다당증환우회장이 눈시울을 붉혔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단독] ‘희귀병’ 두 아들 돌보던 엄마 자살뒤 둘째도…
■ [단독] 국정원장 ‘지시 말씀’ 그대로…오타까지 똑같네
■ [단독] ‘IMF 신용불량자’ 금융사면 추진
■ 후쿠시마 제1원전 ‘정전’…냉각장치 일부 정지
■ “이곳처럼 맘 편히 입원할 곳 없는데…”
| |
■ [단독] ‘희귀병’ 두 아들 돌보던 엄마 자살뒤 둘째도…
■ [단독] 국정원장 ‘지시 말씀’ 그대로…오타까지 똑같네
■ [단독] ‘IMF 신용불량자’ 금융사면 추진
■ 후쿠시마 제1원전 ‘정전’…냉각장치 일부 정지
■ “이곳처럼 맘 편히 입원할 곳 없는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