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물품이 트럭 한가득 검찰 직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압수한 증거 물품을 트럭에 싣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외환은행이 대출금 가산금리를 조작해 중소기업을 상대로 18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에 대해 검찰이 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최운식)는 19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200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290여개 외환은행 영업점에서 이뤄진 6000여건의 변동금리부 기업대출 관련 전산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금융감독원의 수사의뢰에 따른 것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본금리에 대출자의 신용도, 담보 여부 등을 고려한 가산금리를 붙여 결정하는데, 외환은행이 6308건의 기업대출에서 기업이 모르게 일방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려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금감원 조사에서 최근 밝혀졌다. 금감원은 이를 주도한 리처드 웨커 전 행장에게 문책 경고, 래리 클레인 전 행장에게는 주의 조처를 내리고 전·현직 임직원 9명도 징계했다. 이른바 ‘먹튀’ 논란을 빚었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로 있던 시절에 대부분 벌어진 일이었다.
금감원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외환은행의 금리 조작 행위에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에 대출을 해주면서 가산금리를 약정보다 높게 전산으로 입력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형법은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이자를 결정하는데, 기업 쪽에 아무 통보 없이 가산금리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변동금리부 대출은 금리 변동을 의식하지 못하니까 이런 허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규 김원철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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