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고요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자택 앞 풍경
“며칠 전부터 집지키는 사람 안보여”
“탑차가 한트럭 싣고 갔다” 주민 증언에
‘출국여부 확인불가’ 국정원·공항,
부정도 하지 않아
“인터폰으로라도 말을 듣고 싶다”
기자 외침도 ‘묵묵부답’
“며칠 전부터 집지키는 사람 안보여”
“탑차가 한트럭 싣고 갔다” 주민 증언에
‘출국여부 확인불가’ 국정원·공항,
부정도 하지 않아
“인터폰으로라도 말을 듣고 싶다”
기자 외침도 ‘묵묵부답’
23일 찾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집은 굳게 닫혀있었다. 끓고 있는 여론과 달리 집 주변은 고요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의혹의 정점에 서 있으면서도 퇴임하기 바쁘게 24일 미국행 항공편을 예약해 둔 상황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이날 야권은 이를 ‘도피성 출국’으로 규정하고 출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찾은 서울 관악구에 자리잡은 2층짜리 단독주택인 원 전 원장의 자택에는 건물 모서리마다 폐쇄회로카메라(CCTV)가 달려있었다. 담장과 창문에는 20개가 넘는 동작감시센서가 집을 지켰다. 창문마다 내걸린 하얀 블라인드가 집으로 향하는 외부의 시선을 막았다.
집은 고요했다. 베란다에는 훌라후프나 담요, 매트리스 등 쓰지 않은 세간으로 가득 차있었다. 수차례 초인종을 눌렀지만 집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2층 창문에 쳐진 블라인드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긴 하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원 전 원장이 키우는 마당의 개가 이따금 “컹컹”거리며 짖을 뿐이었다. 집 옆에는 원 전 원장의 부인이 이용하던 중형차가 주차된 상태였다.
같은 동네에 사는 한 50대 주민은 “이 집이 그 분(원 전 원장) 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집주인들을 잘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40대 주민은 “예전에는 골목에서 이 집을 항상 지키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며칠전 부터 안 보이기 시작했다. 이 집에는 두 부부만 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번 (원 전 원장이) 집에서 출근하는 날은 차량 서너대랑 검은 정장을 입은 수행원들이 몰려다녔다“고 덧붙였다.
원 전 원장은 21일 국정원장에서 퇴임하기 앞서 자신의 짐 일부를 다른 곳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50대 주민은 “며칠 전에 탑차가 와서 짐을 한트럭 싣고 갔다”고 말했다. 다른 40대 주민 역시 “지난주에 이사짐을 옮기는 모습을 봤다. 냉장고 같은 것도 다 실고 나갔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폰으로라도 말을 듣고 싶다”고 집을 향해 외쳤지만 원 전 원장의 집에선 끝내 어떤 반응도 없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자택에 설치된 폐쇄회로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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