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시민단체 반응
민변 “대선 여론조작 스스로 인정”
민변 “대선 여론조작 스스로 인정”
23일 <한겨레> 보도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24일 미국으로 출국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원 전 원장의 ‘도피성 출국’ 시도에 대한 비판과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주말 내내 이어졌다. 청와대와 새누리당도 공식 언급을 피하는 등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며, 여권 일부에서는 원 전 원장의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국정원 헌정파괴 국기문란 진상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유인태)는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 전 원장은 정치공작을 직접 지시했고 지난 대선 때 대북심리전단을 운영해 인터넷 여론조작을 하며 대선에 개입시켰다”며 “원 전 원장은 국외 도피로 상황을 모면할 생각을 버리고, 국정원 불법 정치개입 사건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또 “원 전 원장의 정치공작 지시에 관한 축소·은폐 시도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남재준 신임 국정원장에게 주문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새누리당의 한 주요 당직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언론에 공개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보면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도가 분명한 만큼 우리가 그를 디펜스(보호)할 이유도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여권의 다른 고위인사도 “원 전 원장의 출국 시도는 미국 중앙정보국장을 지낸 사람이 프랑스로 도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우 창피한 일이다. 수사 결과를 봐야겠으나 지금까지 나온 보도 내용만으로도 그를 확실하게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참여연대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감시활동’을 벌였다. 이날 공항에 온 장정욱 참여연대 시민감시2팀장은 “원 전 원장의 정치개입이 드러났고 고발당했는데도 유학과 연구를 핑계로 도피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사무차장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원 전 원장이 임기를 마친 직후 도피성 출국을 하려 했다는 것은 국정원이 대선 여론조작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비상식적인 도피성 출국까지 계획했다면 증거인멸 역시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빠르게 강제수사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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