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스러울 정도로 천문학적인 숫자다.”
윌리엄 그라프 예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미성년자들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 비율을 확인하곤 경악했다. 4~17살 미성년자 100명에 11명꼴로, 남자 고교생은 100명에 20명꼴로 이 질병 진단을 받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11년 2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조사한 결과다.
<뉴욕 타임스>는 31일(현지시각) “4~17살 640만명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에 비해 16%, 10년 전에 비해 53%나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소아신경정신과 의사가 놀랄 정도로 기록적인 진단율 상승 탓에 과잉 진단과 약물 오남용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선 이 질병 진단을 받은 미성년자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치료제인 리탈린 또는 애더럴 처방을 받고 있다. 이 약물들은 환자의 삶을 빠르게 개선하기도 하지만, 중독과 불안 증세, 정신분열 같은 후유증을 동반할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진단과 치료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진단율이 높아진 것을 반기기도 한다. 하지만 3~7%의 어린이들만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전의 조사·연구 결과에 비춰 진단율 급증에 질병 이외의 요소가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전문가들은 우선 제약회사들의 광고를 주요인으로 꼽는다. 제약회사들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친구들과 떨어져 홀로 교실에 남아 있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부모들의 ‘공포’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치료제 판매는 2007년 40억달러에서 2012년 90억달러로 갑절 넘게 늘었다. 또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의 문제 행동을 개선하고 성적을 높이려고 의사에게 이 병 진단을 압박한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소아정신과 의사 네드 핼러웰은 “애더럴 같은 치료제는 아스피린보다 안전하다”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 열풍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그런 그마저 지난주 “그 비유를 후회한다. 아이들에게 그 약이 정신적인 스테로이드처럼 쓰이는 건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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