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도’라고 불렸던 조세형(75)씨가 강남의 한 고급 빌라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빈집에 몰래 들어가 금품을 훔친 혐의(특가법 상습절도)로 조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경찰수사 결과, 조씨는 3일 저녁 8시30분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빌라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고급 손목시계와 진주목걸이, 금반지 등 총 3000여만원어치의 금품을 훔쳤다. 조씨는 이날 밤 9시5분께 범행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조씨를 목격한 동네주민의 “모자랑 마스크를 쓴 사람이 빠루(노루발못뽑이)로 아랫집 창문을 깨고 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붙잡았다.
조씨는 4일 경찰 조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교 사무실을 내기 위해 가지고 있었던 3천만원을 무속인에게 사기 당했다. 1년동안 사무실을 내려고 했는데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어서 기껏 한 것이 이런 어리석은 짓이다”고 범행동기를 설명했다. 또 “더는 크리스천이라 말할 자신도 없다”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조씨는 1970~80년대 부유층이나 고위층을 대상으로 절도를 벌인 뒤 일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줘 ‘대도’라는 별명을 얻었다. 1982년 경찰에 붙잡힌 조씨는 15년 수감생활을 한 뒤 출소해 종교에 귀의했다. 하지만 조씨는 2000년 종교활동을 위해 일본으로 건나간 뒤 도쿄의 주택가 빈집털이를 하다가 붙잡혔고, 2005년에는 서울 마포구에서 같은 범행을 저지르다 철창신세를 지기도 했다.
또 조씨는 2009년 4월 경기도 부천의 한 금은방에 침입해 주인 일가족을 흉기로 위협하고 현금 등을 훔친 혐의로 기소돼 2011년 12월 국민참여재판에 넘겨졌지만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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