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석 여수시장
김충석 전남 여수시장이 지난해 발생한 공무원의 공금 80억원 횡령 사건의 책임을 따지는 촛불집회 참석자들을 ‘밟아버리고, 때려버리고 싶다”는 등 막말을 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 시장은 지난달 19일 여수시 문수동 파티랜드에서 열린 ‘시민과의 대화’ 에서, 여수시 공무원의 공금 80억원 횡령 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묻고 김 시장의 두 아들이 소유한 땅이 포함된 문수동아파트 건립 사업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화요 촛불집회’를 겨냥해 이런 발언을 했다.
그는 당시 “성질대로 한다면 비틀어버리고도 싶고 밟아버리고도 싶고 때려버리고도 싶지만 시장이란 직위 때문에 그렇게 못 해서 참고 있자니 참으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라고 단체장으로서 자질이 의심스러운 발언을 했다.
그는 “화요일만 되면 촛불을 들고 나오는데 이런 망신,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 어디 있나?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집회에 대한 분노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는 이어 “그분들이 지난해 자원봉사했습니까? 시민들이 박람회에서 다 자원봉사할 때, 지금같이 화요일날 촛불 집회하는 열정으로 나섰으면…”이라며 집회 참석자들을 깎아내렸다.
촛불집회는 ‘분노하는 여수시민모임’이 지난해 11월5일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여수지역 주요 거리에서 열어왔다. 처음에는 80억원 횡령사건의 책임 추궁으로 시작했다가 김 시장 아들들의 토지가 포함된 문수동 아파트 건립사업 반대와 예산 24억원으로 하나로종과 조형물을 만드는 3여통합 기념사업 중단 촉구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여수시민모임은 지난 2일 김 시장 발언의 진의를 묻는 공개질의서를 여수시에 보내 9일까지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여수시민모임은 김 시장의 답변 태도를 본 뒤 28분44초 분량의 녹음파일을 유튜브와 인터넷에 공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단체는 11일 저녁 문수동 삼거리에서 독선행정 개선과 시정 개혁을 요구하는 전단을 나눠주는 등 매주 목요일 거리홍보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여수시민모임은 질의서에서 “모든 시민이 시장의 말에 굽실거리며 ‘’예’라고 답하기를 바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 시민의 비판이 두려우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민모임이 개인 김충석이 아니라 여수시장에 대한 비판을 했는데도 무지막지한 폭력을 연상하는 발언을 하는 저의가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여수시민모임은 “직선으로 뽑힌 시장이 시민을 모욕하고 무시했다. 사석도 아니고 공식 행사에서 나온 발언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막말이다. 놀라움을 넘어 서글픔을 느낀다”고 개탄했다.
김태성 여수시민모임 간사는 “김 시장이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시장이 분별력을 상실하고 거친 막말을 쏟아내 황당하고 유감스럽다. 정중하게 대화에 나서고, 공개적으로 사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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