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무죄, 동생 유죄’ 전략 깨지자
2심 집유 겨냥 공소사실 일부 인정
‘반성’ 아닌 ‘변명’ 판명땐 더 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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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아닌 ‘변명’ 판명땐 더 궁지
최태원(53·수감중)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최재원(50) 부회장 형제가 계열사 출자 자금 횡령 사건 항소심에서 진술을 뒤집은 것을 두고, 법조계는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들 형제의 전략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 돈으로 펀드 조성에 관여한 건 맞지만 펀드 자금이 선물투자를 위해 인출된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와 1심 재판 때는 펀드 조성에 관여한 것도 부인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최 회장은 1심에서 무죄를 예상했다가 실형을 받아, 더 이상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2심에서 집행유예라도 받자는 의도로 공소 사실의 일부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1심에선 ‘형 몰래 펀드 자금 인출을 지시했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무죄를 선고받았다. ‘형은 무죄, 동생은 유죄’ 전략이 깨지자 최 부회장도 말을 바꿨다. 최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이제까지의 진술은) 거짓말이었다. (자금) 인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결국 1심 판결이 옳았다는 걸 최재원 부회장이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 형제의 진술 번복에 대해 다른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뒤집는 경우는 많은데, 1심 진술을 2심에서 뒤집는 경우는 상당히 예외적이다. 백번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 형제는 무죄를 주장하며, 465억원을 빼돌려 선물투자를 한 당사자로 최 회장과 특수한 관계인 김원홍(52·기소중지) 전 에스케이(SK)해운 고문을 지목했다. 김씨가 횡령했다는 주장이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바뀐 진술의 신빙성을 재판부가 따지겠지만, 반성하는 차원이 아니라 변명으로 판단될 때는 엄벌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 형제가 재판부로 하여금 자신들이 바꾼 진술이 사실이라고 믿게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셈이다. 검찰은 최 회장 형제의 진술 번복을 ‘또 하나의 거짓말’로 보고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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