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선고…구형땐 400만원
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의 증인 출석 요구에 따르지 않은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지선(41)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에게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검찰 구형량인 벌금 400만원보다 훨씬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성수제 부장판사는 11일 “국민적 관심사인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에 대해 피고인은 엄격한 책임감으로 국회에 나가 성실히 답변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이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출발점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국회의 계속된 증인 출석 결의에도 이를 회피하려고 해외출장을 감행했다. 유통업계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지닌 피고인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상응하는 형사책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검찰에서 무혐의·기소유예 처분하거나 약식기소하는 데 그쳤다. 지금까지 이 혐의로 처벌받은 이들의 최고 형량은 벌금 400만원이었다.
검찰은 이번에도 정 회장을 비롯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벌금 400만~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이 이들을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고, 첫번째로 정 회장에게 검찰 구형량보다 많은 벌금형을 선고한 것이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엄중하게 물은 것으로 해석된다.
성 부장판사는 징역형 등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회가 불과 20일 전에 출석 통보를 해 피고인이 일정을 변경하기에 다소 시간이 촉박했고, 대신 공동 대표이사에게 국회 회의장에 나가도록 한 점, 앞으로 국회의 출석 요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한 점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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