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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탈북 고난 딛고 키운 꿈
편의점 열었다 산산조각

등록 2013-04-15 20:31수정 2013-04-16 08:50

탈북 6년만에 한국온 새터민
“월 300만원 벌 수 있다더니…”
공단서 일해 모은 돈 쏟아
1년반만에 남은 건 6500만원 빚
견디다못해 결국 폐업 요청
탈북자 이미옥(가명·44)씨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완전 날강도들…”이라는 말에는 분노를 넘어 체념이 느껴졌다. 이씨는 현재 편의점 주인이다.

2011년 9월30일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에 99㎡(30평)짜리 훼미리마트(현재 씨유) 편의점을 열었다. 순복음교회에서 만든 비정부기구 굿피플(총재 조용기 목사)이 운영하는 자유시민대학이 창업교육을 거쳐 2000만원 무이자대출을 해줬다. 정착을 돕는다는 취지에서였다. 이씨는 저축 1500만원에 추가 은행대출 1500만원을 보태 5000여만원을 보광훼미리마트(현재 비지에프리테일) 본사에 냈다.

1년6개월이 지난 지금 이씨 손에 남은 건 6500만원의 빚뿐이다. 매출은 떨어지는데 인건비는 계속 들어갔다. 지난해 5월 폐점하려 했지만 위약금 탓에 그러지도 못했다. “그때 위약금 6000만원이 어디 있었겠어요? 배보다 배꼽이 큰 거잖아요.” 이씨는 목숨 걸고 넘어온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혹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씨는 1998년 11월 두만강을 건넜다. 갓 100일 된 딸을 업고, 중국을 오가는 행상인 사촌 언니를 따라나섰다. 6년간 중국에서 일하다 어렵사리 베트남을 거쳐 2004년 7월 딸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안산시 영구임대아파트에 터를 잡고, 중국동포 남편 김문영(가명·50)씨도 만났다. 이씨는 반월공단에서, 남편은 공사현장에서 일했다. 둘이서 월 300만원을 벌어 매달 100만원씩 꼬박꼬박 모았다. 딸을 위해 국민임대아파트로 이사하는 게 꿈이었다.

편의점에 눈을 돌린 건 이씨의 건강 때문이었다. 2007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공장을 그만둔데다 2009년 다시 시작한 경리 일도 2011년 갑상선암 수술로 접어야 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다리와 눈에 찾아오는 마비 때문에 이씨는 ‘눈치 안 보고 일할 곳’이 필요했다. 훼미리마트 본사 개발담당자는 “하루 매출 80만원 후반대의 가게”를 보여줬다. “여기에 (훼미리마트) 브랜드만 달면 40~50% 매출이 뛴다”고 했다. 로열티 35%와 월 임대료 130만원, 인건비 등을 빼도 월 300여만원은 벌 수 있다는 ‘코리안드림’이었다.

꿈이 깨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인건비를 아끼려고 낮에만 아르바이트생 1명을 썼고, 저녁 6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이씨가, 새벽 2시부터 오전 10시까진 남편 김씨가 가게를 지켰다. 첫달, 임대료와 로열티를 제외하고 쥔 돈은 180만원이었다. 여기서 아르바이트생 월급 40만원을 줬다. 설상가상으로 개점 1년도 안 돼 근처에 개인 편의점이 생겼다.

이씨는 견디다 못해 이달 7일 또다시 본사에 폐점을 요청했다. 이번엔 ‘영업이익 손실금’, ‘인테리어 잔존가’ 등 알 수 없는 항목들을 모두 합쳐 3160만원을 위약금으로 요구했다. ‘헛된 코리안드림의 대가’였다. 이씨는 현재 공정거래조정원 조정신청을 준비중이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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