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수(60) 신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지인 화장품업체 주식 사라’ 2000년부터 직원 90여명 소개
악재 보도 전 ‘고수익 환매’ 요구…일반 투자자는 ‘깡통’ 차
악재 보도 전 ‘고수익 환매’ 요구…일반 투자자는 ‘깡통’ 차
* 이헌수 : 국정원 신임 기조실장
이헌수(60·사진) 신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과거 국정원 재직 때 지인이 운영하는 화장품회사 ㄱ사의 비상장 주식에 수십명의 국정원 직원들이 투자하도록 주선하고, 이 업체의 악재가 공개될 것을 미리 파악한 뒤 그 전에 60%의 수익을 얹어 투자금을 돌려받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ㄱ사가 큰 타격을 받아 다른 투자자들의 주식 가치는 사실상 ‘깡통’이 됐다.
이런 사실은 ㄱ사의 양아무개(61) 대표가 투자자 중 한 명인 국정원 전 직원 안아무개(60)씨를 상대로 낸 민형사소송 과정에서 확인됐다. 16일 <한겨레>가 입수한 대구고법 재판기록을 보면, 양 대표는 재판부에 낸 진정서에서 “이헌수가 본인에게 투자 소개를 한 인원은 90여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부분 국정원 직원들이었고 50~60%는 아직 현직에 근무하는 자들”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같은 사건의 민사재판 증인신문조서를 봐도, 이 실장은 국정원 직원 20명 이상을 ㄱ사에 소개해 투자를 유치해줬고, 1인당 투자금액은 1000만~2000만원씩이었다고 증언했다. 투자 주선이 시작된 2000년 당시 이 실장은 국정원 해외정보 분야에서 일했다.
이후 한 소비자단체는 ㄱ사 화장품에 방부제가 들어 있다는 내용의 문제제기를 준비했다. 이 실장은 이를 미리 알고 국정원 직원 등의 보유 주식을 환매해 달라고 양 대표에게 요구했다. 이 실장은 서부지법 증인신문에서 “소비자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할 때 (양 대표가 나에게) 수습 방법을 문의하여 (내가) 소비자단체와 연락을 취한 후 수습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양 대표에게) ‘혹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미리 환매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환매 요구를 받은 양 대표는 2003년 1~4월 국정원 직원 등에게 평균 60%의 수익을 얹어 환매해줬다. 당시 투자수익을 돌려받은 90여명 중 59명의 ‘환매현황’을 보면, 이 실장은 모두 9억여원의 투자금을 주선한 것으로 추정되고 환매된 금액은 15억5000여만원이었다.
소비자단체의 주장은 2003년 7월2일 방송에 보도됐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있던 일반인 투자자 상당수는 투자금을 모조리 잃게 됐다. 현재 ㄱ사는 명의만 있을 뿐 사업을 하지 않아, 주식은 휴짓조각과 다름없다. 양 대표는 “국정원 직원들이라 혹시 문제가 생길지 몰라 미리 환매를 해줬다. 환매로 나간 돈 때문에 회사가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당시 양 대표가 사업이 힘든 상황이어서 선의로 국정원 직원을 포함해 30여명을 소개해준 것이 전부다. 그들이 또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인원이 늘어났다. 나는 투자금을 하나도 돌려받지 못했고, 양 대표를 도우려고 대출을 받으면서 담보로 잡은 집도 잃었다”고 해명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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