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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학교운동장 인조잔디 ‘애물단지’

등록 2013-04-17 20:37수정 2013-04-18 09:52

깔린곳 절반, 연한 초과·노후
관리 안돼 학생들 부상 우려
유해물질 기준치 초과 검출도
인조잔디 운동장 곳곳에 구멍이 나 있었다. 검은색 고무알갱이들이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서울 강북 지역의 ㅇ초등학교에서 축구를 하던 5학년 ㄱ(11)군은 “학교에서 놀다 집에 가면 신발, 옷, 머리에서 고무 조각들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차라리 옛날 모래운동장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아이를 마중 나온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인조잔디에 쓸려 화상을 입기도 하고 코와 입으로 고무 조각이 들어갈 수 있어 걱정된다. 모래운동장이 친환경적이고 아이들 건강에도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인조잔디를 조성한 지 8년이 넘었다. 환경부가 제시한 인조잔디의 내구연한은 7~8년이다.

학교 환경 개선 목적으로 인조잔디를 깐 운동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교육부·교육청·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이 예산을 들여 인조잔디를 깔아만 놓고 유지·보수·교체에는 무관심한 탓이다. 일부 학교는 관리 비용을 마련하려고 운동장을 조기축구회 등에 개방하고 사용료를 받지만, 그럴수록 인조잔디의 수명은 짧아진다.

인조잔디 운동장은 2004년부터 본격 조성됐다. 서울시의회 문상모 의원(민주통합당)이 16일 공개한 교육부의 ‘학교 운동장 인조잔디 설치 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까지 인조잔디가 깔린 학교는 전국에 1580여곳이다. 이 가운데 200여곳(12.7%)은 사용연한이 다 됐거나 지났다. 사용한 지 5년이 넘어 노후한 곳도 613곳(38.8%)이다. 서울의 경우 인조잔디가 깔린 160개 학교 가운데 34곳(21.3%)이 조성된 지 5년이 지났다. 내구연한이 가까워지면서 앞으로 관리와 교체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는 급속도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명이 다한 인조잔디를 교체하는 데 드는 2억원대의 비용은 일선 학교가 감당하기에 부담스럽다.

인조잔디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다. 대체로 기존의 흙바닥에 콘크리트를 깔고 그 위에 인조잔디를 조성하기 때문에 쿠션 구실을 하는 고무 알갱이(충전제)를 수시로 보충하지 않으면 아이들 무릎에 치명적이다. 충전제는 인조잔디 밑에 굳게 박혀서 잔디를 고정하고 충격을 흡수해줘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스러진 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유지·보수 등 안전관리 규정이 부족한 건 더욱 큰 문제다.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초창기에 조성된 일부 학교의 인조잔디에서 중금속인 납과 유해물질인 아연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기도 했다. 무조건 조성만 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안전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내구연한에 사용빈도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상모 의원은 “단순히 인조잔디 내구연한을 7~8년으로 정할 게 아니라 사용빈도를 반영하는 관리 계획이 필요하다. 관계당국은 조성만 할 것이 아니라 긴급자금을 투입해 수명이 다한 인조잔디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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