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통해 대형빵집 점포 배치
초과근무 수당 못받고 일하기 일쑤
점주가 교체요구땐 100% 수용돼
경력도 인정 못받는 ‘반쪽 제빵사’
초과근무 수당 못받고 일하기 일쑤
점주가 교체요구땐 100% 수용돼
경력도 인정 못받는 ‘반쪽 제빵사’
김승기(가명·21)씨는 지난해 씨제이(CJ)푸드빌 뚜레쥬르 점포의 ‘제빵기사’ 일을 그만뒀다. 뚜레쥬르의 인력공급 협력사에 입사한 지 4개월 만의 일이었다. “한집 건너 프랜차이즈 빵집이라, 점주도 수익이 안 나 스트레스 받는다지만 그 밑에서 일하는 제빵사는 약자 중에 약자예요. 제가 태권도 선수 생활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몸과 마음이 힘들었어요.” 그는 새벽 6시부터 오후 3~4시까지 공장에서 온 ‘냉동생지’(빵을 만드는 얼린 반죽)를 굽고 크림을 채웠다. 케이크 작업에 설거지·청소까지 하다 보면 하루가 훅 갔다.
점심시간은 10분을 넘기기 어려웠는데도, 빵집 주인은 자꾸만 “일이 느리다”며 독촉했다. 근무시간에 따라 월급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점주의 눈치 때문에 김씨는 오후 4시에 일이 끝나도 퇴근 카드는 오후 2시에 미리 그었다. 그런데도 주인은 인턴을 마친 김씨가 홀로 일한 지 1달 만에 협력사에 제빵기사 교체를 요구했다. 일방적 통보에 김씨는 차라리 퇴사를 택했다. 김씨는 “협력사는 점주 요구 맞추기에만 급급했다”고 말했다. 그의 동기 15명 중 지금까지 일하는 사람은 5명 정도에 불과하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들의 불안정한 상황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뚜레쥬르는 6곳, 에스피시(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7곳의 협력사를 통해 제빵기사를 모집한 뒤 일을 가르쳐 점포로 내보낸다. 월급은, 점주가 근무시간을 계산해 협력사에 주면 협력사는 비용을 제하고 제빵사에게 지급한다. 뚜레쥬르와 달리 파리바게뜨는 월급제이긴 하지만, 느껴지는 압박은 비슷하다고 제빵기사들은 전했다. 손에 쥐는 월급은 두 회사 모두 150만원가량(초임 기준)이다.
2011년 현재 뚜레쥬르는 1303개(직영 22곳 포함), 파리바게뜨는 3141개(직영 46곳)의 점포가 있다. 대한제과협회에 등록된 개인 빵집은 10년 전 1만7000~1만8000개에서 현재 5000곳 정도로 줄었다.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6800여명(파리바게뜨 5100명, 뚜레쥬르 1700명)의 제빵기사들이 일하고 있다.
제빵기사들은 일단 자신들이 소속된 협력사에 불만이 많다. 물량이 많아져 근무시간이 늘어나면 불어난 급여 때문에 점주가 불만을 제기하는데, 협력사가 나서서 제빵기사에게 퇴근시간 뒤 추가 노동인 ‘서비스’를 요구하고, 점주의 기사 교체 요구도 100% 들어준다는 것이다.
“1년에 10번 제빵사 갈아치우는 점주도 봤어요.” 10년을 뚜레쥬르 제빵기사로 일하다 그만뒀다는 30대 초반의 여성은 “별것 아닌 이유로도 제빵사들이 교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매출이 떨어지거나 심지어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바꿔달라는 점주도 있다”고 했다. 낮은 월급과 고된 노동보다 언제 교체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제빵기사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다. 스스로 그만두는 비율도 높다. “소모품처럼 쓰이다 못 견디고 그만두는 거죠.” 10년을 뚜레쥬르에서 일한 전직 제빵기사의 말이다.
버틴다 해도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스스로 ‘반쪽 제빵사’로 자조하는 것처럼, 직접 반죽을 치지 않는 단순 노동에 가까운 일만 하다 보니 실력이 늘지 않는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동네빵집 제빵사들의 꿈이 무너진 자리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섰는데 그곳의 제빵기사들마저 희망이 없는 건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 본사에선 나몰라라 한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특성상 본사가 인사권을 가질 수 없어 점주 편의를 위해 협력사를 연결해준다”고 했고,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제빵사 채용은 가맹점주와 협력사와의 계약으로 운영되며 채용과 고충처리는 협력사가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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