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기지 반대’ 에밀리 왕
일 반핵운동가 반 히데유키
공항서 통보 받고 당혹
그린피스 6명도 지난해 거부
“블랙리스트 있나” 의혹 커져
일 반핵운동가 반 히데유키
공항서 통보 받고 당혹
그린피스 6명도 지난해 거부
“블랙리스트 있나” 의혹 커져
외국의 환경운동가들이 잇따라 입국을 거부당했다. 지난해 그린피스 활동가 등이 입국 거부된 데 이어 박근혜 정부 출범 뒤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운용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대만의 환경운동가 에밀리 왕(27)은 24일 저녁 인천공항에서 입국 거부 통보를 받았다. 에밀리 왕은 2011년 6월부터 제주 강정마을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법무부는 그에게 입국 거부 사유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공항의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출입국관리법 11조 1항의 3·4호에 따라 입국 거부했다”고만 설명했다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백신옥 변호사가 전했다.
출입국관리법 11조 1항의 3·4호는 각각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대해 입국 거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에밀리 왕은 25일 현재 인천공항 대기실에 머물고 있다. 그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강정마을에 오래 머물러서 (입국이 거부되지 않을지)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지만, 나는 비자를 갖고 있고 어떤 불법 행위를 한 적도 없어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슬프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의 대표적 반핵운동단체인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인 반 히데유키(61)는 19일 저녁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려다 법무부의 입국 거부 통보를 받았다. 나머지 일행 4명은 입국을 허용해, 반 히데유키만 20일 새벽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는 22일 교보생명 교육문화재단이 원자력자료정보실에 주는 교보환경대상을 대표 수상하기로 돼 있었다.
반 히데유키는 밤새 입국 불허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듣지 못했다고 한다. 그를 잘 아는 교보생명 교육문화재단 관계자는 “원자력정보자료실은 지하철이나 거리 등에서 반핵 관련 홍보활동 등을 벌일 뿐 그린피스처럼 직접 행동은 잘 하지 않는 단체인데, 어떤 이유로 입국이 거부됐는지 짐작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반 히데유키가 마지막으로 한국 땅을 밟은 것은 2011년 4월이었다. 그는 당시 국회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후쿠시마 핵사고의 진실과 교훈’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외국 환경운동가들에 대한 입국 거부는 지난해부터 잇따르고 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의 마리오 다마토 사무총장을 비롯한 그린피스 활동가 6명이 지난해 차례로 입국 거부됐고, 세계자연보전총회에 참여하려던 ‘세이브 더 듀공’의 우미세도 유타카 대표 등도 지난해 9월 입국하지 못했다.
한국 정부의 잇따른 입국 거부 조처는 국제 문제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인다. 쿠미 나이두 그린피스 사무총장은 최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 법무부 장관의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으면 유엔인권이사회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말 “입국 거부로 여러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서울중앙지법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25일 성명을 내어 “국가 정책과 조금만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막았던 군사독재 시절의 방식이 21세기에도 반복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과거 군사독재 정권과 이명박 대통령이 했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법무부가 범죄 경력이 따로 없는 외국 활동가들마저 입국 거부하고 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합당한 조처라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반 히데유키와 에밀리 왕은) 출입국관리법 11조 1항의 3·4호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입국을 거부했다. 다른 (정부)기관의 입국 거부 요청이 있었다. 그 기관의 장이 (입국 금지) 해제 요청을 해야 입국을 허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국 거부를 요청한 기관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허재현 김원철 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cataluni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무리한 훈련’에 무너진 축구소년의 꿈
■ ‘도가니’ 인화학교 전 행정실장 징역8년 확정
■ 대한민국서 평화·생명 외치면 안돼?
■ 선지급포인트 공짜 같더니만…
■ [화보] 국회입성 안철수의 미소
■ ‘무리한 훈련’에 무너진 축구소년의 꿈
■ ‘도가니’ 인화학교 전 행정실장 징역8년 확정
■ 대한민국서 평화·생명 외치면 안돼?
■ 선지급포인트 공짜 같더니만…
■ [화보] 국회입성 안철수의 미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