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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무리한 훈련’에 무너진 축구소년의 꿈
“학교가 보호의무 소홀” 3억 배상 판결

등록 2013-04-25 20:34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원이었던 남아무개(19)군은 멋진 축구선수가 꿈이었다. 6학년 때인 2006년 11월 서울의 축구 명문 ㄱ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서울로 전학했다. 바라던 대로 ㄱ중학교에 배정됐고, 12월부터 합숙훈련소에서 기초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남군 앞에는 빡빡한 훈련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겨울방학인 2007년 1월 4~27일 제주도 동계훈련에 참가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훈련에 몰입했다. 제주도 훈련에서 돌아와 4일 동안 쉬고는 2월 1~13일 합숙훈련소에서 또 훈련을 받았다. 20일부터는 경북 경주에서 봄방학 합숙훈련이 예정돼 있었다. 그 사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남군은 설연휴 동안 잠시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연휴 마지막날인 19일 저녁, 다시 짐을 싸서 집을 나왔고 저녁 7시에 합숙소에 도착해 야간훈련을 했다.

20일 아침 축구부 50여명은 경주로 출발했다. 비극은 훈련 3일째 찾아왔다. 22일 새벽, 훈련장소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남군은 숨이 가빠지고 몸이 축 늘어졌다. 축구부원들이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봐도 배를 가리키기만 할 뿐 입을 떼지 못했다. 축구부 감독은 남군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급성 심장사로 심장활동이 일시 멈춘 것이었다. 다음날 남군은 서울의 대형병원 중환자실로 옮겼다. 심장활동이 회복돼 의식은 돌아왔지만, 뇌손상을 입어 사지가 마비되고 언어·인지 기능에도 장애를 얻었다. 중학교 입학도 못해보고 장애인이 된 남군의 가족은 2009년 ㄱ중학교와 서울시학교안전공제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학교가 훈련에 참가한 학생을 보호·감독할 의무를 위반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4억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학교 쪽은 훈련이 과도한 게 아니었고 과실이 없다며 항소했지만, 서울고법 민사32부(재판장 김명수)는 “피고들은 2억9000여만원을 남군에게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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