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친일파의 딸’로 표현한 행위가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후보자 비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윤성원)는 인터넷에서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권아무개(47)씨의 항소심에서 권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권씨는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칭해 ‘친일파이자 빨갱이의 딸’ ‘비비케이(BBK)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등의 글 6개를 올렸다.
공직선거법 251조는 후보를 당선시키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하려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후보자나 가족 등을 비방하면 처벌하도록 돼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251조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는 의견 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해 입증이 가능한 것이다. ‘친일파이자 빨갱이의 딸’이란 표현은 단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등을 종합해볼 때 박근혜 후보에 대한 부정적이고 경멸적인 평가를 드러낸 것이지 증명가능한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표현이 지극히 모욕적이더라도 사실을 적시한 게 아닌 이상 공직선거법 상의 후보자 비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박 대통령이 BBK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거나 ‘김일성 생가에 다녀왔다’는 내용의 나머지 글에 대해서는 “단순한 의견표명이 아니라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박 후보를 비방할 목적으로 글을 게시했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앞서, 이 사건의 1심 재판부는 ‘박근혜는 친일파이자 빨갱이의 딸’이라는 글에 대해 사실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는 않고 6개 글을 통틀어 “합리적 비판이라기보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개인의 주관적 감정에 바탕해 박 후보를 일방적으로 매도한 것이어서 표현의 자유 범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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