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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취업 위해 친구와 ‘가짜 결혼’까지

등록 2013-05-06 19:59

2심 가정법원서 무효 판결
ㄱ(37·여)씨와 ㄴ(36)씨는 2001년 서울의 한 대학을 다니면서 알게 됐다. 이성이었지만 친구로 친하게 지냈다. 각각 자취하던 두 사람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할 무렵이 된 2006년부터 집값을 아끼기 위해 함께 살기 시작했다. ㄱ씨의 여동생까지 세 명이 살았다. ㄱ씨와 ㄴ씨는 주민등록도 같은 집에 뒀다.

ㄴ씨는 2007년부터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해 2009년 9월 시험에 합격한 뒤, 한 회계법인에 수습공인회계사로 채용됐다. 수습 한 달 뒤 정식 입사를 앞두고 ㄴ씨는 회사가 주최하는 연수에 참가했다. 그런데 회계법인의 한 임원이 주민등록상 동거하는 것으로 돼있는 ㄱ씨와 어떤 관계인지 물었다. ㄴ씨는 “단순한 친구이지 이성관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 임원은 미혼인 남성이 여성과 동거하는 걸 두고 “공인회계사로서 품위와 명예를 훼손시킨다”고 문제삼았다. 임원은 정식 입사일까지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할 것을 요구했고,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것처럼 말했다.

ㄴ씨는 수습기간을 무사히 마쳐야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ㄱ씨에게 혼인신고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ㄱ씨는 자신 때문에 ㄴ씨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을 거란 걱정에 엉겁결에 요구를 받아줬다. 그리고 ㄴ씨는 그 회사에 정식으로 취직했다.

이후 ㄱ씨는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섣불리 결정했다는 후회가 들었고, 혼인 무효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런 상황을 납득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취업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원고의 동생을 증인으로 기재한 혼인신고서를 직접 관공서에 제출한다는 것이 쉽게 수긍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두 사람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로 결합할 의사가 없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ㄱ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여러 사실을 종합하면, 두 사람은 참다운 부부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사가 없음에도 단지 피고의 취업을 돕기 위한 방편으로 혼인신고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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