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무개(30)씨 변사사건 일지
실종 1주만에 미분양 빈아파트서 알몸 주검
경찰 두달만에 공개수사 “청부살인 가능성도”
경찰 두달만에 공개수사 “청부살인 가능성도”
명문대 출신의 젊은 유부녀가 빈 아파트에서 변사체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사건 발생 두 달이 넘도록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 여성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이 대학교의 한 교수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수사를 벌였으나 물증 확보에 실패하고 원점부터 수사를 다시 하고 있다. ■ 주검 발견과 수사 착수 = 6월16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한 미분양 아파트에서 서울 명문 사립 대학교를 최근에 졸업한 이아무개(30)씨가 변사체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씨는 안방에 딸린 욕실에서 알몸 상태였고 주검은 부패해 있었다. 이씨는 일주일 전 이 학교 캠퍼스 안에 있는 은행 폐쇄회로 화면에 찍힌 뒤 행방불명인 상태였다. 소지품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 주검의 혈중 알코올농도가 0.15%인 사실을 밝혀냈다. 또 신체의 일부에 묻어 있는 타액을 거두어 디엔에이 분석을 마쳤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부검 결과, 주검이 부패해 사인이 불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경찰은 그동안 수집한 여러 정황상 타살로 보고 있다. 이씨가 비어 있는 미분양 아파트에서 발견된 것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현관 번호열쇠를 설치할 때는 비밀번호를 알기 쉽게 일괄적으로 정해 놓고 주인이 입주하면 번호를 바꾼다”며 “범인이 이 사실을 알고 이씨를 아파트로 유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대학을 졸업하고 2001년 이 대학에 편입해 지난해 졸업한 이씨는 서울의 다른 명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수백억대 재산가의 아들과 지난해 결혼했다. ■ 수사 진행과 용의자 추정 = 경찰은 이씨가 올해 초 자신이 졸업한 학교의 개교기념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학교를 자주 드나든 점과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가 학교 안 은행이라는 점에 주목해 탐문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학교를 중심으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씨와 사귀던 한 교수를 유력한 용의자로 올려놨다. 이 교수는 개교기념 행사 때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이씨와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교수를 다섯 차례에 걸쳐 조사하며 알리바이를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 교수가 이씨가 실종된 당일에 연구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등 같이 시간을 보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히 경찰은 이 교수가 이씨와 같이 부동산을 보러 다닌 것으로 파악하고 이 교수를 더 의심했다. 그러나 이 교수의 유전자와 이씨 몸에서 채취한 타액의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면서 그동안의 수사는 물거품이 됐다. 이 교수는 “실종 당일 연구실에 함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며 “집을 함께 보러 다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 등 소지품도 그대로 남아 있어 원한에 의한 살인이거나 청부 살인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은 7월 초부터 수사의 방향을 바꿔 목격자 수배전단을 뿌리는 등 공개수사를 하고 있다.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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