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키코 조기청산 강요 행위도 불법”
법원, ‘슈퍼갑’ 은행횡포 제동

등록 2013-05-10 08:21

막대한 손실로 자금난 빠진 업체
은행돈 끌어다 막느라 이중손실
재판부 “씨티은행 189억 부당이득”
은행이 고위험 금융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자금난에 빠진 업체에 ‘대출을 해줄 테니 키코 계약을 빨리 청산하라’고 강요했다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갑’의 지위를 이용해 자금압박을 겪는 업체에 계약 청산을 강요한 은행의 행위를 법원이 불법이라고 지적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최승록)는 반도체 검사 업체인 ㅇ사가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은행의 강요행위 등으로 ㅇ사가 총 189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피고는 원고가 우선 청구한 금액인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ㅇ사는 실제 손해 금액은 크지만, 소송 편의를 위해 일단 1억원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키코는 ‘녹인 녹아웃’(Knock-In Knock-Out)의 약자로, 기업과 은행이 환율 상·하단을 정해놓고 그 범위 안에서는 미리 지정된 환율로 거래하는 외환파생상품이다. 2007년부터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은행들은 ‘앞으로 환율이 계속 내려갈 것’이라며 수출기업들한테 키코 상품에 가입해서 손실을 줄이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키코 상품은 하한선 이하로 환율이 떨어지면 계약은 무효가 되고, 상한선 이상으로 오를 때는 약정 금액의 2배로 팔아야 하는 등 은행 쪽에 유리한 구조로 짜여 있었다.

ㅇ사는 2008년 1월 한국씨티은행과 키코 계약을 맺었다. 계약을 맺은 뒤 환율이 급등하면서 손해가 발생하자 ㅇ사는 그해 11월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이미 유동성 위기에 빠진 업체는 “좋은 조건으로 다른 대출을 해주겠다”는 은행의 제안에 “키코 관련 민형사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를 하고 소를 취하했다.

그런데 은행은 불과 며칠 뒤 ㅇ사에 “키코 계약을 청산하지 않으면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ㅇ사의 모회사가 ‘키코 청산 자금으로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130억원을 대출받아 ㅇ사의 유상증자 자금으로 납입했다. ㅇ사는 이 돈을 인출해 당시 환율에 따라 키코 청산금으로 지급했다. 이미 키코 때문에 손실을 입은데다 조기 청산을 위해 자금을 또다시 끌어 쓰면서 손해가 극심해지자 결국 ㅇ사는 씨티은행을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은행이 ‘키코 계약을 즉시 청산하지 않으면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원고를 압박하며 조기 청산을 강요해 손해를 끼쳤다. 이로 인한 손해액은 80억여원이다. 또 키코 상품의 위험성을 사전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발생한 손해액은 109억원”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키코 계약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에 대해서도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피고가 원고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현저히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도 자신의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소 취하서를 작성하게 한 것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해 당시의 소 취하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박근혜-오바마 악수, 손이 4개…유령의 손?
MBC 권재홍 ‘허리우드 액션’ 보도 결말은?
남양 영업지점장 “여기는 내 나와바리, 내가 왕이다”
[화보] 박대통령 방미 넷째 날, 미 의회 영어연설
‘제돌이’ 주말에 춘삼이 만난다 ‘두근두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