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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감정노동자들 “우린 자동응답기계가 아니예요”

등록 2013-05-14 22:52

서울시 민원전화인 다산콜센터에서 일하는 ㄱ씨는 아이가 둘이 되면서 10년을 일한 회사를 그만두고 다산콜센터로 직장을 옮겼다. 수습사원 시절인 몇 년 전 폭우가 내리자 화가 난 시민들의 전화가 쏟아졌다.

“피해 상황도 알아야 하고 집주소도 알아야 하는데 무조건 화만 내다가 끊어버리는 거예요. 감정을 다스릴 시간이 필요한데 정해진 콜수를 채워야 하니 충분히 쉬지도 못하고 계속 응대할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도 상처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제과점 판매사원으로 일했던 ㅎ씨는 술을 마시고 온 고객이 계산을 하며 던진 신용카드가 마음에 생채기로 남았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굉장히 기분 나쁜 행동이거든요.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생각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요”

1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여자 노동을 말하다-감정노동’ 청책토론회에선 각종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감정 노동자’들의 고충이 쏟아졌다. 감정노동은 배우가 연기를 하듯, 타인의 감정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노동으로 정의된다. 호텔, 식당, 백화점 등에서 일하는 서비스직부터 은행원, 간호사, 텔레마케터, 콜센터 상담원 등이 이런 감정노동자다. 주로 여성들이며, 콜센터 상담원 89만명을 비롯한 서비스·판매직 종사자 314만명이 날마다 이런 일을 하며 살아간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여성 감정노동자에게 화풀이를 한 경험이 있느냐는 물음에 77.7%의 소비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감정노동으로 인한 피해는 단지 기분이 상했다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가 모은 사례엔 고객서비스센터 일을 하다 잦은 불안감과 가슴 통증을 느껴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은둔형 외톨이가 되거나, 감정노동으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로 공황 장애를 일으킨 노동자들이 등장한다.

10년 동안 의류 판매직에 종사한 ㅇ씨는 터무니없는 일로 손님이 시비를 걸어오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불안하고 초초해진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참기 힘들지만 화장실에서 신경안정제를 먹고 멍하니 앉아 있는 것으로 겨우 고비를 넘긴다. 피해는 확산되고 있지만 관련한 보상 등의 법제화 노력은 지난해에야 시작됐다.

토론회에 참여한 이성종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 정책실장은 “감정노동과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며, 공익 캠페인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감정노동자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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