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난민 신청하려면 굶어죽을 각오하라?

등록 2013-05-20 20:26수정 2013-05-21 08:28

미얀마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 1998년 한국으로 건너온 카타(가명·36)가 2년 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주한 미얀마대사관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는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했지만 최종적으로 거부당하고 현재는 강제 추방될 상황에 놓여 있다.  박승화 <나·들> 기자 eyeshoot@hani.co.kr
미얀마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 1998년 한국으로 건너온 카타(가명·36)가 2년 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주한 미얀마대사관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는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했지만 최종적으로 거부당하고 현재는 강제 추방될 상황에 놓여 있다. 박승화 <나·들> 기자 eyeshoot@hani.co.kr
본국 박해 피해 한국 찾은 난민
1~2년 걸리는 심사기간 취업 금지
이의신청·소송 땐 더 길어져
‘바늘구멍’ 난민 인정받더라도
취업 문제삼아 또다른 박해
7월 법 개정땐 6개월뒤 취업 가능
하지만 장관 재량에 맡겨 한계
미얀마 군부의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은 가혹했다. 군인들은 수시로 총부리를 겨눴고,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강제노역장으로 끌려갔다. 미얀마 소수민족인 ‘친족’의 파욱(가명·24)과 뚜뚜야(가명·24)는 민주화운동을 벌이다 박해를 피해 2011년 7월 한국으로 건너왔다.

이들은 난민신청을 냈지만 심사는 1년이 넘도록 끝나지 않았다.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들은 한국에 있는 미얀마인들의 도움으로 서울 금천구의 한 의류공장에 취업했다. 하지만 월급 80만원짜리 공장을 두 달 만에 그만둬야 했다.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이 취업허가 없이 불법취업을 했다는 이유로 잡아갔기 때문이다.

벌금 100만원을 내고 풀려나자 법무부는 석달짜리 취업허가를 내줬다. 난민신청 뒤 1년이 넘도록 허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경우엔 취업활동을 허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석달 만인 2012년 11월 또다시 일자리를 빼앗겼다. 법무부가 ‘미얀마에서 박해받은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난민신청을 거부하자 파욱과 뚜뚜야가 이의신청을 했는데, 법무부는 “이의신청 중이거나 소송 중인 난민에게는 취업활동을 불허한다”며 이들의 취업허가 연장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은 취업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생계를 위해 같은 공장에서 일했다. 지난 2월21일 또다시 단속에 걸렸다. 법무부는 불법 취업이라며 이들을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구금했다. 파욱과 뚜뚜야는 보호소에 구금된 채 최장 5년이나 걸리는 난민신청 절차를 위해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본국의 박해를 피해 한국을 찾은 난민들은 또다른 ‘박해’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법을 지키자니 생존권이 위협당하고, 먹고살자니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난민신청자들은 대부분 ‘난민신청-이의신청-소송’ 등의 단계를 거친다. 난민신청이 곧바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법무부의 ‘난민업무 처리현황’ 자료를 보면, 1994년부터 올해 4월까지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은 모두 5382명이다. 이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된 이는 329명(6.1%)에 그쳤다.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도 법무부는 난민 인정 전의 취업을 문제삼아 구금하기도 한다. 미얀마 출신으로 2009년 8월 난민신청을 한 흐투트(가명·41)는 한국 정부로부터 난민신청을 거부당했다가 서울행정법원에 ‘난민 불인정 취소소송’을 내 지난해 7월 승소했지만 현재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다. 소송 중에 취업을 한 게 문제가 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난민 불인정 취소소송이 진행중인 난민신청자가 불법 취업을 하더라도 소송이 끝날 때까지는 구금 등 강제퇴거 명령을 보류하도록 2009년 법무부에 권고한 바 있다. 난민 인정 절차에 걸리는 기간이 평균 1~2년이고, 소송까지 진행되면 4~5년 걸리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난민신청자가 생계를 잇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권고에도 법무부는 구금 위주 정책으로 난민신청자들을 옥죄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7월 난민법이 시행되면, 난민신청을 한 지 6개월이 지나면 취업을 허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민법도 한계가 적지 않다. 공익법무법인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여전히 난민신청자들은 난민신청 뒤 6개월 동안 합법적으로 생계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취업 관련 규정도 ‘취업을 허가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 재량권을 갖고 ‘취업을 허가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도 넘은 일베의 일탈은 ‘증오범죄’ 수준…더이상 좌시 안돼”
‘엄마 캐디’의 헌신…PGA 우승 ‘문’ 열었다
[화보] 노무현 전 대통령 4주기 추모 문화제
전두환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라
영훈국제중 입시 성적 조작 비리 무더기 적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