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아이를 낳기 전 서로의 상처를 다 꺼내놓고 이해하고,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양육할지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아이 키우기에서 부부가 협력 관계가 돼 한목소리를 내는 점도 중요하다. 사진은 한 커플이 다정하게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이다. 이홍권 <한겨레> 사진마을 열린사진가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라고 하지만 사랑 없는 결혼이 무덤이다. ‘부부의 날’(21일)을 맞아 행복한 부부가 되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배우자의 어린 시절 상처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있다.
배우자의 어린 시절 상처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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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인 이마고(IMAGO) 부부치료 전문가인 오제은 숭실대 상담심리전공 교수는 “부부싸움에는 패턴이 있다. 그 안에 문제를 풀 열쇠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아이와 함께 놀아주지 않는다’ ‘당신은 이기적이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 비난 속에는 ‘나와 함께 있어줘요’ ‘나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오 교수는 분석했다. 오 교수는 “우리가 배우자에게 쏟아붓는 반복적이고 감정적인 비난의 대부분은 내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충족하지 못한 욕구나 미해결 과제를 반영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즉, 아내 정씨는 어렸을 때 부모와 건강한 애착을 형성할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거나, 부모가 자신보다는 일을 더 우선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남편이 아내에게 “여보, 나는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해. 당신이 원한다면 지금처럼 야근 많이 하는 회사에서 당신과 좀더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회사로 옮길 수도 있어. 앞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늘려보도록 할게. 그런데 이것만은 꼭 당신이 알아줬으면 해. 나한테는 그 무엇보다도 당신이 더 소중해”라고 진심으로 얘기해준다면, 분명 두 사람의 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 배우자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이해하는 것은 행복한 결혼생활의
필수 조건이다.
배우자가 부모로부터 꼭 받고자
했지만 받지 못했던 미해결 과제를
알아차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탈출구를 닫아라
물론 이렇게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부부끼리 마주 앉아 말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느낌을 받는 부부도 많다. 통계청이 2010년 조사한 배우자와의 하루 평균 대화시간 실태를 보면, 전체 조사 대상 2500가구 가운데 57.5%의 부부가 하루 1시간 미만 대화를 나눴다. 그만큼 우리는 배우자와 대화하고 배우자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부부들은 일상적으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그러면서 탈출구를 찾는다. 탈출구로 대표적인 것은 휴대전화, 텔레비전, 인터넷, 술, 쇼핑, 종교, 가사, 각종 취미 등이 있다. 이외에도 배우자 흉을 보거나, 부부 성관계를 거부한다. 스포츠에 중독되거나 외도를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사랑을 나누고 싶어한다. 또 누군가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갖고 싶어 한다. 특히 배우자에게는 진정한 자기를 드러내도 괜찮을 정도의 관계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것이 만족되지 못하면 사람들은 탈출구를 찾는다. 오 교수는 “당장 탈출구를 닫아야 한다. 부부끼리 서로의 상처를 보듬지 않으면, 결국 이혼 도장을 찍거나 이혼한 것과 다름없이 살아가는 ‘보이지 않는 이혼’으로 가게 된다”고 경고했다. 상처를 이해하라
배우자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이해하는 것은 행복한 결혼 생활의 필수 조건이다. 배우자가 부모로부터 꼭 받고자 했지만 받지 못했던 미해결 과제를 알아차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배우자의 상처와 미해결 과제를 알아차리는 순간 배우자를 이해하게 되고, 배우자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부부 갈등 치료에서 탁월한 임상 효과를 발휘한 ‘이마고 치료법’을 개발한 하빌 헨드릭스 박사는 그의 저서 <당신이 원하는 사랑 만들기>에서 부부는 대개 상처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난다고 말한다. 각종 부부상담 사례를 보면, 부부는 어린 시절 받지 못한 사랑이나 관심, 각종 필요 등을 채우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부모와 가장 닮은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와 닮은 사람을 선택해 과거에 받지 못한 욕구들과 같은 미해결 과제를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해결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처는 비슷해도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형성된 방어기제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남녀가 부모와의 건강하지 못한 애착 형성이라는 문제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남편은 회피라는 방어기제를 써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반대로 아내는 누군가에게 매우 집착하면서 매달리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결혼 전에는 두 사람은 정반대의 성향에 끌린다. 그러나 결혼 뒤에는 부모와 비슷한 방식으로 상처를 주는 상대방에게 무의식적으로 화를 내며 비난하게 된다. 오 교수는 “행복한 부부가 되려면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협력 관계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부가 서로 협력하고 한팀이 되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녀 양육도 잘할 수 있다. 이중 메시지는 최악
부부 관계에 문제가 있는 부부들은 자녀를 키우면서 양육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갈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아이 문제로 싸우는 듯하지만, 사실 문제의 본질은 부부 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부부는 아이에게 이중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아이에게 부모가 서로 다른 메시지를 주는 경우가 아이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아이들은 너무나 혼란스러울 수 있고, 정서 불안이나 산만함, 경계성 장애 등 심리적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오 교수는 “부부가 아이를 낳기 전 서로의 상처를 다 꺼내놓고 서로를 이해한 뒤,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양육할지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부부가 협력 관계가 돼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베이비트리’ 참조)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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