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ㅅ프로덕션의 내부 자료. 방송사 간부와 피디들의 명절 선물 리스트와 드라마 제작비 현황에 야외비를 받은 피디들의 이름이 담겨 있다.
‘뒷돈 드라마’ 리스트 공개
회장 결재 ‘2003 내역’ 입수 관련자 대부분 “안받았다”
회장 결재 ‘2003 내역’ 입수 관련자 대부분 “안받았다”
국내 굴지의 드라마 외주제작사인 ㅅ프로덕션이 <한국방송> 간부 등 방송계에 상품권 등 5천만원 이상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적어놓은 내부 자료가 공개됐다. <한겨레>가 최근 단독 입수한 ㅅ프로덕션 내부 자료를 보면, ㅅ프로덕션은 지난 2003년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에스비에스> 등 방송사 간부 등에게 명절 선물로 상품권 등 2천여만원어치의 금품과 물건을 전달하고, 같은 해 한국방송에서 파견된 피디들에게 ‘야외비’ 명목으로 매달 수백만원씩 3600만원 이상을 준 것으로 나와 있다. ㅅ프로덕션 ㅅ 회장 등의 결재 서명이 돼 있는 ‘2003년 제작부 설날선물 리스트’를 보면, 당시 한국방송의 ㅈ 제작본부장에게 상품권 300만원, ㅇ 드라마국장과 ㅇ 외주부장에게는 상품권 200만원씩을 준 것으로 돼 있다. 이밖에도 당시 제작 중이던 드라마 연출자와 제작부서에 20만~30만원짜리 굴비세트를 건네는 등 방송 관계자들의 설날 선물 비용으로 모두 2090만원을 쓴 것으로 기록돼 있다. ㅅ프로덕션 전 직원 ㅈ씨는 “일부 금품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 적이 있다”며 “선물 리스트 내용은 대체로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ㅇ 전 드라마국장은 “정육 선물세트를 받았던 것 같고, 상품권을 받은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ㅇ 전 외주부장도 “ㄱ 이사가 ㅅ 회장 심부름으로 왔다며 구두표를 주겠다고 해서 안 받은 적은 있지만 상품권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ㅈ 전 제작본부장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ㅅ프로덕션 제작부가 작성한 ‘케이비에스 월화드라마 <○○> 실제작비(39~40회)’와 ‘2003년 ○월○일 현재 제작부 가지급 현황’ 자료에는, ㅅ프로덕션 쪽이 한국방송에서 파견된 피디들에게 ‘야외비’(감독진행비) 명목의 돈을 준 사실이 적혀 있다. 주연출자와 야외연출자인 두 ㄱ 피디는 매달 각각 200만원과 150만원의 야외비를 6개월여 받았고, 조연출 ㄱ 피디와 ㅊ 카메라감독은 각각 150만원과 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특히 주연출자인 ㄱ 피디는 1~8회 연출 뒤 승진해 연출을 그만둔 뒤에도 야외비를 그대로 받아온 것으로 나와 있다. ㅅ프로덕션의 경우 스태프들의 식사비 등을 위해 ‘촬영진행비’를 책정해 사용하고 있어, 이 자료에 등장하는 ‘야외비’ 또는 ‘감독진행비’는 이와 별도로 피디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급한 돈으로 보인다. ㅅ프로덕션 전 직원 ㅈ씨는 “야외비를 감독에게 직접 현금으로 전달했다”며 “이 돈은 영수증 없이 비정상적으로 지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ㄱ 피디는 “돈을 받진 않았으며, 조연출이 받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고, 조연출이었던 또다른 ㄱ 피디는 “매달 150만원씩 현금으로 받은 것은 출장비용이나 야외진행비용으로 썼고 영수증 처리를 했으며, 다른 피디 등이 받은 돈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단역 출연자들의 수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드러난다. 드라마 <○○>의 2003년 ○월○○일~○월○○일 한달여 동안 녹화·야외촬영 일지 등을 보면, 모두 420명 단역 배우들이 출연해 출연료는 2367만3650원인 것으로 계산돼 있으나, 별도의 출연료 자료에는 735명이 출연해 출연료 4569만5650원을 지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와 관련해 ㅅ 회장은 “진행비 등은 영수증 없이 나간 적이 없으며, 비자금을 조성할 이유도 없고 드라마 수주를 위해 돈을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상품권은 준 적이 없고 해봐야 구두표였으며 (당사자들의) 집 주소도 모른다”고 문건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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