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300억대 공금횡령·아동학대 혐의 수사
바닥에 떨어진 시래기로 만든 국 먹인 곳도
바닥에 떨어진 시래기로 만든 국 먹인 곳도
민간어린이집들이 공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아동을 학대한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서울·경기 일대의 일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유통기간이 지난 음식을 먹이거나, 아이가 운다는 이유로 이불을 덮는 등 아동을 학대해왔다고 27일 밝혔다. 또 총 700여개 어린이집이 300억원대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 등을 확인해 어린이집 5개를 운영하고 있는 현직 송파구 의원 이아무개(51·여)씨 등 86명을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경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ㄱ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이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고 울음을 멈출 때까지 이불로 덮는 등 아동학대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ㄴ어린이집에서는 식자재비를 아끼기 위해 유통기한이 지난 생닭을 조리해 아동들에게 먹이기도 했다. 경찰은 “ㄴ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이면 안 된다고 항의한 조리사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배추 집하장에 떨어진 배추 시래기를 싼값에 구입해 대량으로 냉동보관한 뒤 일주일 내내 식단표에도 없는 시래깃국을 아이들에게 먹이기도 했다.
공금 횡령도 지능적으로 이루어졌다. 경찰이 어린이집에 음악, 체육 등 특별활동 교육을 위탁받아 가르치는 20개 업체의 계좌를 압수수색한 결과 어린이집 700여개가 이들 업체에 지급한 돈 중 300여억원을 리베이트로 돌려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집 원장들은 돌려받은 돈을 부족한 운영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700여개 어린이집 중 60~70%는 차명계좌로 돈을 돌려받았고, 이중 일부는 돌려받은 돈으로 펀드 등에 투자하기도 해 이들의 해명을 그대로 믿기 힘들다”고 전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아동 학대 여부, 횡령 규모 등을 밝힐 계획이다. 또 아동을 학대하거나 죄질이 불량한 어린이집 원장은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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