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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터컨티넨탈호텔, 불법파견 헌소 돌연 취하한 까닭은?

등록 2013-06-09 20:51수정 2013-06-09 21:44

고용의제 조항 공개변론 앞두고
“당사자들과 합의 진행” 이유로

현대차만 남아… 전략적 협의 의혹
김앤장서 두곳 모두 법정대리 맡아
비정규직쪽 “강성노조 부각 의도”
기업들이 옛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해 헌재 결정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한겨레> 6일치 10면),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을 열흘 남겨둔 시점에 헌법소원 청구인 중 하나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이 돌연 청구를 취하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이로써 해당 공개변론에선 현대자동차만 청구인으로 나선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지 1년이 지나 공개변론을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취하한 배경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인터컨티넨탈호텔 쪽은 지난해 2월부터 현대차와 같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대리인 삼아 옛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2년을 넘긴 파견 노동자는 원청업체가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해왔다.

부당해고 사건의 당사자인 김미자(57)씨와 조옥희(62)씨는 1999∼2000년부터 해당 호텔에서 룸메이드 등으로 일하다 2005년 7월 쫓겨났다. 하청업체 소속이었으나 업무는 호텔이 지시했다. 하청노동자가 100만원 안팎을 받는 일에 정규직은 200만∼300만원대를 받았다. 노동위원회가 이들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하자마자 하청업체가 해고했다. 2006년 시작한 근로자 지위확인 및 체불임금 지급 소송에서 둘은 승소(1·2심)했으나, 회사는 지난해초 대법원에 상고하고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

고용의제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두 여성의 ‘8년 전쟁’은 통째 부정된다. ‘정규직으로 간주되는 2001∼02년 이후의 임금·퇴직금 등을 지급하라’는 서울고법 판결문은 동네가게 영수증만큼도 가치없게 된다. 두 여성의 사례는 헌재 공개변론에서 주된 쟁점이 될 참이었다.

그런데 강경하던 호텔 쪽이 지난 4일 “사건 당사자들과 화해금 지급을 조건으로 합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고용의제 위헌소원 취하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호텔 쪽은 이번에 헌법소원을 취하한 데 이어 해당 노동자들과 진행 중이던 부당해고 소송의 상고심도 취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김미자(57)씨는 “지난해 말부터 호텔 쪽에서 합의 제안이 있었고 5월 중순부터 속도를 냈다. 그러나 국민연금, 퇴직금 등을 놓고 의견차가 커 합의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호텔 쪽이 실체가 의심스런 ‘합의’를 내세워 급작스레 헌법소원 및 상고 취하로 선회한 배경은 뭘까. 노동·법조계에선 월급 100만∼120만원을 받고 일하다 부당해고된 뒤 7년째 소송 중인 중장년 여성 호텔노동자가 부각되는 게 ‘고용의제’ 심리에 불리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청구인인 기업들이 전략적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호텔 쪽의 조처는) 가장 취약한 여성 청소노동자 사건은 공개변론에서 빼고,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와 금속노조를 ‘강성노조’로 집중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의 또다른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달 헌재에 제출한 ‘청구이유 보충서’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향후 집단소송에 활용할 목적으로 완성차와 1·2차 업체 등의 사내도급 실태를 조사하고, 조합원 대상으로 소를 제기할 희망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고용의제 효력이 유지될 경우 (이들이) 엄청난 집단 기획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규모 노조와 무관한 호텔 청소노동자와는 괴리가 큰 논리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인사팀은 이에 대해 “내주초 (사건 당사자와) 합의가 잘 마무리될 것이라 헌법소원을 취하했다. 현대차와의 전략적 고민같은 건 없었다”고 말했다.

두 여성은 10일부터 헌재 앞에서 1인시위를 할 계획이다. “대기업 하청 노동자만 있는 게 아니에요. 고용의제가 사라지면, 우리같이 더 영세한 노동자들 기댈 곳도 사라집니다.” 2009년 정년이 지나 복직은 이미 불가능해진 조옥희씨가 피켓을 들기로 한 이유다. 김미자씨도 1년3달 뒤면 정년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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