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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엄마·아빠·언니 사랑해!

등록 2013-06-14 19:39수정 2013-06-16 10:48

사랑하는 김선옥 여사님과 미리 언니!
사랑하는 김선옥 여사님과 미리 언니!
[토요판/가족] 가족관계 증명서
말 못할 일들 많이 겪었지? 엄마 아빠는 항상 나에게 미안해하고, 언니는 항상 나에게 고마워해. 해준 게 없어서 미안하고, 또 부자도 아니고 그리 화목하지도 않은 집안에서 올바르게 자라줘서 고맙다고. 너무 일찍 철들었다고 하는데 나는 내가 잘못된 길로 나아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 불행한 가정사는 핑계인 것 같아. 다른 일로는 잘 울지 않는 내가 가족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는 이유는 아마 아쉬운 마음 때문이겠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나는 그 덕에 또래에 비해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쓴 일기 내용이 기억난다. “지금 내가 겪는 불행은, 단지 다른 애들보다 빨리 겪는 것뿐이다. 아무렇지 않다.” 나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해 신경 쓰지 않으며 지냈어. 그렇지만 지금 18살 나이에 생각해 보니 낯설기도 하다.

얼마 전에 내가 전교 회장이 됐지. 언니는 나보다 더 기뻐하는 것 같았고, 내 선거운동을 도와준 애들한테 맛있는 고기뷔페를 쐈지 ㅋㅋㅋㅋ. 그리고 엄마 아빠는 어깨가 으쓱해졌다면서 친구들한테 자랑을 했잖아. 나는 그게 너무 자랑스러워. 이제 시작이고 많이 부족하지만 학생회장으로서 뭔가를 하다 보면 속상하고 억울한 일도 많이 생기고, 배우게 되는 점도 정말 많더라. 그리고 이걸 다 감수해야 성장하는 거겠지?

우리 가족 모두 지금이 각자 중요한 시기인 것 같은데, 말 안 해도 밥 잘 챙겨 먹고 있지?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살자.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지내는 게 행복한 거잖아~.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 언니. 나는 엄마 아빠 언니 세 사람이 나를 너무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거 알아. 그리고 나 역시 그래. 그래서 많은 거 바라지 않고 그냥 우리 가족이 살아있음에 감사해…. 이거 읽으면서 울고 있거나 뭐 그런 거 아니지? ㅋㅋㅋㅋㅋ 드디어 이제 내가 고3이네. 원하는 고등학교에 와서 학생회장까지 맡게 된 지금처럼 뭐든지 열정적으로 해서 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학교에 합격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지켜봐 줘.

그리고 나 진짜 느꼈어. 가족이 왜 소중한지…. 2012년 4월, 5월에 내가 많이 힘들어했던 거 기억나지? 새벽에 엄마한테 뜬금없이 안겨서 울고, 몸무게도 10㎏ 가까이 빠져서 오랜만에 만난 아빠는 나 보더니 놀라고…. 정말 다 그만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존재 자체가 힘이 되는 우리 가족 덕분이야. 너무너무 괴로웠지만 놓을 수가 없었던 것 같아.

우리 아무리 힘들어도, 여태까지 누구 한 사람 도망치지 않고 웃으면서 잘 지낸 것처럼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지 서로를 생각하면서 견뎌내자. 언니랑 내가 엄마 아빠한테 해준 거 없이 떠나보내지 않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해. 나 진짜 후회하기 싫어. 알겠지? 이제 철 좀 들었다고 엄마한테는 가끔 사랑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자주 만나지도 않는 언니나 아빠한텐 못하겠으니까 여기서 할게. 우리 가족 사랑해 너무너무!

정지혜 올림


▶ 가족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속 얘기를 사진과 함께 편지(원고지 6장 분량)로 적어 gajok@hani.co.kr로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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