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나 운동 등을 점심 시간에
‘저녁이 없는 삶’ 영향 지적도
‘저녁이 없는 삶’ 영향 지적도
다수 직장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지만, 점심시간을 자기개발에 활용하는 ‘점심형’ 직장인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는 식당이 아닌데도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이 바글대는 곳이 있다. 영어학원이다. 이 학원은 낮 12시5분부터 12시55분까지 진행되는 영어강좌가 있다. 밥도 굶어가며 영어공부를 하는 건 아니다. 이 학원은 밥도 준다. 김밥과 음료수까지 먹으며 공부하는 ‘런치클래스’(점심강의)를 만들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학원의 점심강의 수강생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대비 18.1% 증가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저녁시간에 술자리나 회식이 있으면 수업을 놓치기가 쉬어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점심시간을 누리는 직장인들 가운데 ‘런치투어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런치투어족이란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1시간 점심시간을 상사·동료와 보내지 않고 점심강의나 운동, 취미생활, 동호회 모임에 자유롭게 활용한다.
취업포털 커리어의 최근 직장인 48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직장인 10명 중 7명(74.2%)꼴로 점심시간을 다른 활동으로 활용하는 ‘점심형 인간’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이들이 ‘점심형 인간’이 되면 하고 싶은 일 1위는 ‘동영상·학원 강의 수강(34.6%), 2위는 운동(27.3%)이었다.
런치투어족의 등장은 ‘저녁이 없는 삶’의 영향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일한 휴식시간인 점심시간조차 바쁘게 보내는 건, 퇴근은 늦고 야근이 잦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직장인 허아무개(28)씨는 “일 때문에 퇴근이 자꾸 늦어지니 퇴근 뒤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점심시간에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정시 퇴근이 보장되고 점심시간도 휴게시간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그 시간은 온전히 쉬면서 오후 업무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쓰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유빈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