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내는 방송사 ‘떡값 관행’
제작비 감당못해 기업협찬…방송위도 규제·감독 못해
제작비 감당못해 기업협찬…방송위도 규제·감독 못해
최근 드라마 외주제작사 ㅅ프로덕션의 내부 자료가 공개됨에 따라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외주제작과 관련한 여러가지 문제점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외주제작사가 드라마 제작을 담당하는 방송사 간부들을 중심으로 명절마다 리스트까지 만들어 선물을 건넸고, 외주제작을 위해 방송사가 파견한 제작진에게 ‘야외비’라는 명목의 현금을 전달하는 등 비리의 일부가 노출됐다. 또 단역 출연자들의 수를 부풀려 제작비를 빼돌린 혐의도 이번에 파악됐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비단 ㅅ프로덕션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가장 근본적 원인으로 대다수 방송 관계자들이 기형적인 외주제작 시스템을 지적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우선 껍데기만 외주제작일 뿐, 사실상 방송사가 드라마 제작에 깊숙이 간여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번에 공개된 ㅅ프로덕션의 내부자료를 봐도, 드라마 <○○>의 주연출자와 야외연출자, 조연출, 카메라 감독 등이 모두 <한국방송> 소속이다. 촬영 스튜디오·녹음실·편집실과 장비, 각종 기자재도 대부분 방송사의 것을 사용했다. 외주제작사는 출연자와 작가 섭외 정도만 할 뿐이면서, 방송사에서 받은 제작비를 집행한다.
이는 방송사 쪽으로서는 방송위원회가 정한 의무 외주제작비율을 맞추면서 제작비도 아낄 수 있어 선호하는 방식이다. 의무 외주제작비율을 정해놓은 것은 지상파 방송 3사 중심의 영상산업 구조를 바꾸고 다양한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외주제작사를 지원하려는 의도에서 지난 1991년 시작됐다.
스타급 연기자와 작가들의 출연료와 원고료가 대폭 상승한 것도, 외주제작사들이 경쟁적으로 이들의 이름을 빌려 방송사로부터 드라마를 수주하려 하면서 시작된 현상이다. 이렇게 출연료와 원고료가 올라가자 방송사들은 올라간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어 또 다시 외주제작사를 찾게 된다. 악순환이다.
외주제작사는 높은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해 기업 협찬을 끌어모은다. 그래서 피피엘과 간접광고 문제가 불거진다. ㅅ프로덕션의 경우처럼 외주제작사가 받아온 기업 협찬의 일부분을 방송사가 떼어서 갖는 것도 회사끼리의 계약에 따른 것이라 불법은 아니지만 부적절한 관행이다. 방송사는 이렇게 받은 협찬 수익은 ‘기타수입’으로 분류해 규모와 지출 내용에 대해 공식적인 회계처리를 하지 않는다.
결국 방송사가 감당하지 못하는 제작비를 외주제작사가 협찬을 통해 메우는 터라, 제작비를 적게 준 방송사는 외주제작사의 제작비 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못한다. <한국방송>의 한 피디는 “제작비는 총액으로 주게 되며 각 항목이나 사용처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스비에스>의 한 피디는 “‘방송사가 비싸서 쓸 수도 없는 스타급 작가와 연기자를 섭외했는데 무슨 간섭이냐’는 식”이라고 전했다. 제작비 운용의 난맥상을 방송사가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외주를 주는 방송사뿐 아니라, 방송위원회도 외주제작사와 관련해 무력하다. 방송위가 외주제작 의무 편성비율 고시 등을 제정하면서도 외주제작사를 규제·감독할 수 없는 것은, 외주제작사의 설립 등과 관련한 업무가 문화관광부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외주를 주는 방송사뿐 아니라, 방송위원회도 외주제작사와 관련해 무력하다. 방송위가 외주제작 의무 편성비율 고시 등을 제정하면서도 외주제작사를 규제·감독할 수 없는 것은, 외주제작사의 설립 등과 관련한 업무가 문화관광부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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