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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청교육대 저항’ 민주화운동으로 첫 인정

등록 2013-07-02 20:50

피해자동지회 대표 이택승씨 승소
농사짓다 끌려가 10달만에 퇴소
법원 “권위주의통치 항거로 장애”
전두환 전 대통령 등 군사반란에 성공한 군부가 권력을 쥐고 있었던 1980년 8월2일, 인천 강화군에서 농사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던 이택승(74)씨는 난데없이 들이닥친 군인들에게 붙잡혀 어디론가 끌려갔다. 동네 이웃과 다툰 일, 술에 취해 길을 가다가 넘어져 은행 유리창을 깨뜨린 일이 빌미가 됐다.

이씨가 끌려간 곳은 삼청교육대였다. 군인들은 이씨처럼 끌려온 사람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이씨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게 무슨 짓들이냐.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인데 죄 없는 사람들을 근거도 없이 데려다 마구 때리는 법이 어딨냐”고 맞섰다. 항의하면 더 두들겨 맞았다. 그래도 억울함을 참을 수 없었다. 이씨는 “전두환 정권과 군 당국의 합작이냐. 국민의 군대가 무고한 국민을 잡아다 이토록 때려잡느냐”며 계속 맞섰다. 이번엔 훈련이 더 독한 특수교육대로 끌려갔다. 이씨가 저항할수록 군인의 매질은 심해졌고, 이씨의 저항도 거세졌다. 삼청교육대에서 순화교육을 받는 10달 동안 서너번 특수교육대에 불려가고 구타를 당했다. 결국 이씨는 왼쪽 다리에 장애를 입고 10달 만에 퇴소했다.

삼청교육대에서 나온 뒤 이씨는 ‘삼청피해자동지회’ 대표를 맡았다. 1989년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을 가혹행위·살인 등의 혐의로 고소하고, 시민단체와 함께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활동도 해왔다.

이씨는 2001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 보상금을 신청했으나 민주화운동 때문에 삼청교육대에 입소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최주영)는 “이씨는 개인적인 권리구제 차원을 넘어 권위주의적 통치에 직접 항거해 민주헌정 질서를 확립하는 데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를 회복·신장시키는 활동을 하다 상이를 입은 경우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삼청교육대에서 나온 뒤 이씨가 피해자 모임의 대표를 맡아 삼청교육대의 인권유린을 국내외에 고발해온 점도 고려했다.

과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삼청교육대 안에서 시위를 벌이다 총에 맞아 숨진 경우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 사례가 있지만, 생존한 피해자가 판결을 통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발표를 보면, 신군부는 ‘계엄포고 13호’를 내리고 1980년 8월1일부터 이듬해 1월25일까지 약 5달간 6만755명을 영장 없이 검거했다. 이 가운데 3만9742명이 순화교육 대상으로 분류돼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 그러나 ‘불량배를 소탕한다’는 목적과는 달리 검거자의 35.9%는 전과가 전혀 없었다. 삼청교육대에서 구타 등으로 숨진 사람은 54명에 이르렀다.

이씨는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의가 정립되지 않으면 정당한 사회가 아니다. 권력자들이 법에 명시된 대로 통치하지 않고 마음대로 조작했다. 33년간 정의를 위해 그들의 잘못과 맞서 싸워왔다. 이제서야 사회가 바로잡혀가나 싶다”고 감회를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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