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에 ‘종북의 심장’ 표현
진실 부합 안해…쓰지 말라”
진실 부합 안해…쓰지 말라”
극우·보수 세력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까지 싸잡아 ‘종북’이라고 비난하는 행태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명예훼손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법원은 개인·단체가 ‘종북’으로 지칭될 경우 사회적으로 위험한 존재로 각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근거 없는 종북 딱지 붙이기를 엄격히 제재하는 추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강형주)는 지난 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종북의 심장’ 등으로 표현한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을 상대로 전교조가 낸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해당 표현이 들어간 펼침막과 팻말 등을 떼도록 결정했다. 재판부는 “종북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김일성·김정일 등을 찬양하는 주체사상을 신봉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 종북으로 지목된 단체나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침해된다”고 전제한 뒤 “전교조가 주체사상을 신봉한다고 볼 수 없음이 소명되고, 학부모연합의 주장만으로는 전교조를 ‘종북의 심장’이라고 표현하는 게 진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전교조 간부 ㅂ씨의 얼굴사진과 함께 ㅂ씨를 ‘종북의 심장’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처벌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문구를 표현한 것은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비판의 수준을 넘어 모멸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을 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에도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배호근)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남편 심재환 변호사를 ‘종북 주사파’라고 지칭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 변씨의 말을 인용한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 및 기자들에게 400만~15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정치·사회적 이념이나 사상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행적을 통해 어느 정도 검증이 이뤄진 상태이므로, 이들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한다는 취지의 글이나 기사, 성명 등을 발표하려면 단순한 의혹 수준을 넘어 더 구체적이고 뚜렷한 정황사실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지칭하지 않은 경우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대상이 되기 어렵다. 2011년 김무성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이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를 두고 “종북주의자 30여명의 반대 데모 때문에 중요한 국책사업이 중단되고 있다” “입으로는 평화를 외치지만 사실상 김정일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는 종북세력들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하자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 등이 김 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부(재판장 정인숙)는 지난 1월 “명예가 훼손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도 “대상자 개개인을 구체적으로 지칭하지 않고, 다수인을 포괄하는 범주만 표시했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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