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객들이 말하는 당시 상황
최민정(28)씨는 남편 손을 힘껏 붙잡고 있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온몸이 아파요.” 최씨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그는 지난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아시아나항공 214편에 몸을 실었다. 결혼 1주년을 맞아 남편과 9일간 여행을 떠난 길이었다. 10시간의 비행 끝에 ‘곧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창밖으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설렘도 잠시였다. “착륙하기 4~5초 전 갑자기 비행기가 속도를 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최씨는 말했다. 그리고 ‘항공기가 땅에 닿는 듯’한 두번의 충격이 있었다. “두번째 충격이 컸어요. 몸이 튕겨나갈 정도였으니까요. 불은 2차 충격 전에 붙은 것 같아요. (2차 충격 전에) 날개 밑 엔진 쪽에 불이 붙은 게 보이더라고요.”
짐을 모두 잃어버리고 맨손으로 귀국한 최씨 부부는 “몸과 마음이 모두 고단하다. 빨리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쉬고 싶다”며 서둘러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최씨 부부를 비롯해 사고기에 탑승한 한국인 승객 가운데 11명이 8일 오후 3시44분께 아시아나항공 특별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이아무개(31)씨는 사고 항공기에서 가장 먼저 빠져나온 승객이다. 이씨는 아내와 함께 이코노미석 가장 앞쪽에 앉아 있었다. “탈출할 때 이미 연기가 기내로 들어왔다. 숨을 못 쉴 정도였는데 승무원이 도와줘서 아내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20대 중반부터 해마다 국외여행을 다녔다는 그는 착륙이 평소와 많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고도가 낮아서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보통 착륙할 때는 항공기가 수평을 유지하는데,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느낌도 강하게 들었습니다.” 착륙 전 안전벨트를 일찍 푼 일부 승객들은 자리에서 튕겨나갔다고, 그는 전했다.
착륙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승객도 있었다. 초중생 아들·딸과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떠났다 사고를 당한 40대 천아무개씨는 “어떻게 사고가 났고, 내가 어떻게 탈출할 수 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그는 딸을 끌어안고 울었다.
귀국하자마자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바로 이송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탑승객도 있었다. 20대인 김지은·김예림씨는 휠체어 등을 이용해 입국한 뒤,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에 실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기에 탔던 한 승객은 “휴가가 악몽으로 끝났다. 아무것도 묻지 말라”며 공항을 급히 빠져나갔다.
인천공항/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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