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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방에 CCTV…복수노조 사업장 감시 기승

등록 2013-07-09 20:27수정 2013-07-10 11:03

녹음펜·단추카메라로 마구잡이 채증
유성·보쉬전장·콘티넨탈
금속노조 조합원 ‘옥죄기’
“인권 침해에 노동권 위협”
채증자료 소송에 이용도
충북 영동에 있는 유성기업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는 노동자 최아무개(44)씨는 2011년 5월 직장폐쇄에 맞서다 부상을 입고 구속·입원 치료로 꼬박 2년을 쉬었다. 지난 5월 복귀했으나 유성기업은 그가 18년 젊음을 바친 그 회사가 아니었다.

최씨는 “직장폐쇄 전에는 없던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생산부·주조부 사무실 등 사방에 설치돼 있다. 이걸로 회사가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을 감시해 징계 빌미를 찾고, 화장실 간다고 잠깐만 작업장을 비워도 조합원의 시급을 깎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현재 유성기업 아산공장엔 18대, 영동공장엔 12대의 시시티브이가 설치돼 있다고 파악한다. 회사가 지난달 1일 토요일에 영동공장 생산1공장·주조1공장·공무부 사무실에 ‘기습 설치’한 시시티브이 3대에는 녹음과 확대 촬영 기능이 있고, 지난 2일 아산공장 검사과 작업실 내부에 설치한 시시티브이 3대도 회전·확대·녹음이 가능한 고성능 장비다.

최씨가 더 기겁한 건, 유성기업 관리자와 친회사 노조 조합원들이 일상적으로 지니고 있는 볼펜형 녹음기나 단추 카메라다. 이 회사의 한 생산직은 “젊은 관리자가 나이든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에게 시비를 걸거나 이유 없이 째려본다. 그래서 욕설이라도 나오면 모욕이나 근태를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회사 쪽이 친회사 노조 설립 이후 기존 노조의 사내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마구잡이 녹화·녹취를 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가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한 부당노동행위의 대표 기업들로 꼽는 자동차부품회사 유성기업, 보쉬전장, 콘티넨탈이 주인공이다.(<한겨레> 7월3일치 8면, 4일치 9면)

유성기업엔 2011년 5월 직장폐쇄 이후 두달 만에 제2노조가 생겼다. 이후 줄기차게 설치·장착된 감시장치에 대해 회사는 “시설보호 및 화재예방 목적”이라고만 설명한다. 하지만 채증 자료는 버젓이 소송에도 활용돼 왔다. 회사는 지난 5~6월 식당과 정문 앞에서 손팻말 집회 등을 한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을 상대로 법원에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경찰에 고소했다. 회사는 시시티브이 녹화, 녹음펜 녹취 내용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콘티넨탈도 2012년 7월 제2노조 설립 이후 27대의 시시티브이를 설치했다. 보쉬전장은 정문 일대 시시티브이 2대를 지난해 초 최신형으로 교체했다. 출퇴근 시각 정문 집회를 채증하기 위한 것으로 노조는 본다.

참다못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지난달 ‘노조활동 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콘티넨탈 노조도 오는 12일 ‘시시티브이 촬영 중지 및 철거 가처분신청’을 대전지법에 낼 계획이다.

금속노조 법률원의 조현주 변호사는 “개별 동의나 노사 협의 없이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 시시티브이를 설치했고, 개인정보 보호지침도 없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라며 “헌법상 보장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감시는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노동자의 직장 내 교류와 노조 활동에 대한 감시로 이어져 노동자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협한다”며 개인정보 침해 신고센터(한국인터넷진흥원)에 세 사업장을 조사해달라고 신고했다.

유성기업의 20년차 최씨는 “겁이 나고 주눅들어 말도 제대로 못한다.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그냥 회사를 나가라는 얘기 아니냐”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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