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철주금 상대 파기환송심에서
“불법성 정도 등 고려 배상액 산정”
30일 미쓰비시 선고 향방 주목
“불법성 정도 등 고려 배상액 산정”
30일 미쓰비시 선고 향방 주목
1940년대 한국 젊은이들을 일본으로 강제징용해 고된 노역을 시켰던 일본 군수기업에 1인당 1억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대법원이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 뒤 구체적인 손해배상 액수가 결정된 첫 판결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한국 법원에 소송을 낸 지 8년,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한 지 16년 만의 결실이다. 일본 기업은 이에 불복해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고법 민사19부(재판장 윤성근)는 10일 여운택(90)씨 등 4명이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본 정부의 불법적인 침략전쟁 당시 핵심 군수업체였던 일본제철은 어린 한국민들을 기망해 동원했고,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한 노동을 시켰으며,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이런 행위는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여씨 등이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을 모두 인정하면서 “불법성의 정도와 기간 및 고의성, 원고들의 피해 정도, 불법행위 이후 50년 넘게 책임을 부정한 피고의 태도 및 통화가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1943년 스무살 청년이었던 여씨는 일본 오사카제철소에서 2년 동안 기술훈련을 받으면 한국의 제철소에서 기술자로 취직할 수 있다는 모집광고를 보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기술을 배우기는커녕 석탄을 깨고 치우거나 용광로에서 가마로 연료를 옮기는 등 위험하고 단순한 작업만 했다. 회사는 밥도,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고 외출도 금지했다. 힘들어 도망치려고 하면 심하게 매질을 했다.
1945년 해방 뒤에도 일본제철은 밀린 임금을 주지 않았다. 여씨 등은 1997년 일본제철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오사카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일본 법원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청구권이 소멸됐다며 기각했다. 이들은 2005년 한국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으나 1·2심 모두 패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은 “일본 법원의 판결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한 것으로,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가 이번 선고를 하면서 가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해 여씨 등은 즉시 강제집행 신청을 할 수 있다. 신일철주금이 손해를 배상하지 않을 경우, 원고들은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국내 재산 현황을 명시하라는 신청을 법원에 낸 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강제경매 등 신청을 할 수 있다. 장완익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의미는 수많은 강제동원 희생자들의 피해를 회복하고 이들 모두 보상을 받는 것이다. 신일철주금이 스스로 사죄하고 배상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일철주금은 이날 판결에 유감을 나타내며 상고할 뜻을 밝혔다. 신일철주금 관계자는 “징용자 등 문제를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한 1965년 일한협정, 즉 국가 간의 정식 합의를 부정하는 부당한 판결이어서 진정으로 유감이다. 신속히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일-한 간의 재산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종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우리 법원에 비슷한 소송을 여러 건 제기한 상태다. 오는 30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부산고법에서 나올 예정이다. 지난 2월엔 군수업체 후지코시, 3월엔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피해자들이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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