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취소소송 냈다가 패소
국가정보원 직원이 삼성그룹 비자금 관련 첩보로 삼성을 협박했다가 파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4년 국정원 7급 공무원으로 임용돼 6급으로 승진한 이아무개씨는 지난해 3월 초등학교 후배로부터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관련 첩보를 전자우편으로 받았다. 내용을 알아보니 그룹 차원의 비자금이라기보다는 개인 차원의 비리일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했다. 때마침 옥외광고업체에서 일하는 또다른 후배가 이씨에게 광고 수주에 도움을 달라고 계속 부탁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씨는 비자금 관련 첩보를 주면 삼성 쪽에서 사례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고, 그때 후배를 소개해주려고 마음먹었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삼성전자 ㄱ전무를 만나 자신을 국정원 조사과장이라고 소개하고, “개인적으로 6개월 정도 삼성 비자금에 대해 조사했고 증거도 확보하고 있다”며 첩보가 담긴 문건을 보여줬다. 이씨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묻자, ㄱ전무는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윗분께 말씀 전하겠다”고 했다. 예상과 달리 삼성 쪽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이씨는 “아는 후배가 2명 있는데 사정이 어렵다. 도와주고 싶다”며 우회적으로 삼성 쪽에 대가를 요구했다.
얼마 뒤 국정원은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이씨를 감찰했다. 국정원은 이씨가 삼성을 협박하고 대가를 요구하며 첩보를 사적으로 활용하려 시도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6월 이씨를 파면했다. 기업 임원을 만난 자리에서 신분을 노출한 일도 징계사유에 포함됐다. 이씨는 파면 처분이 지나치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함상훈)는 이씨가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파면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첩보를 이용해 개인적 이익을 얻고자 한 행위는 정보요원으로서 기본적이고 중대한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비위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 징계가 명백히 부당하거나 타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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