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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용인 엽기 살인 피의자’는 사이코패스?

등록 2013-07-11 20:51수정 2013-07-12 08:08

10대 소녀 살해 뒤 SNS에 피해 여성 조롱글 올려
주검 훼손하면서 친구에게 사진·문자 보내기도
경찰 “정상인은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범죄”
‘이젠 이 세상에 없는 존재니 예의를 지키죠. 마지막 순간까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 당신 용기 높게 삽니다. 나 또한 눈빛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고맙네요. 그 눈빛이 두렵지가 않다는 걸 확실하게 해줘서….’

경기도 용인에서 친구한테 소개받은 10대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주검을 잔혹하게 훼손한 심아무개(19)씨가 범행 다음날인 지난 9일 오후 SNS에 올린 글이다.

심씨는 범행 직후 자신이 목졸라 살해한 피해자를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또 10대 소녀의 주검을 훼손 과정에서도 자신의 친구에게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동부경찰서는 11일 “심씨가 범행 당일인 8일 오후 11시께 성폭행한 피해자 ㄱ(17)양의 시신을 모텔 화장실로 옮겨 흉기로 훼손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친구에게 스마트폰으로 시신 사진과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심씨는 주검을 훼손하던 도중인 9일 오전 1시 41분~3시 34분 친구인 최아무개(19)씨에게 “작업하고 있다”, “지옥 가서 벌 받겠지”, “조금 쉬고 싶다”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오전 2시8분과 오전 2시57분에는 자신이 훼손한 주검의 사진을 찍어 최씨에게 보냈다.

친구 최씨는 심씨로부터 사진과 문자메시지를 받고 처음에는 장난일 줄 알고 “장난 까지마”, “퍼온 사진 갖고 나대지마”, “아~ 그만해” 등의 답장을 6차례 보냈다.

심씨는 훼손한 주검의 일부를 비닐봉투에 넣어 집으로 가져와 장롱 안에 숨겨놓고도 SNS에 수차례 글을 더 올렸다. 9일 오후 3시29분에 쓴 글에선 “내겐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이젠 메말라버렸다.”오늘 난 죄책감이란 감정도 슬픔도 분노도 느끼지 못했다. 아주 짧은 미소만이 날 반겼다. 오늘 피냄새에 묻혀 잠 들어야 겠다”라고 썼다. 이어 3분 뒤에는 “난 오늘 개○○가 돼보고 싶었다. 그래 난 오늘 개○○였다”라고 쓰고, 6분 뒤인 오후 3시38분에는 “활활 재가 되어 날아가세요. 당신에겐 어떤 감정도 없었다는 걸 알아줄지 모르겠네요. 날 미워하세요. 난 지옥에 가고 싶었어요. 난 오늘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으니 지옥 가서 벌 달게 받죠”라는 글을 올렸다.

심씨는 16시간 넘게 주검을 훼손한 뒤 10일 0시30분께 최씨의 설득으로 경찰에 자수했다.

심씨는 그날 오후 3시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평소 잔인한 호러 영화를 좋아했고, 해부학 연구 등도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적이 있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는 살해를 하고 주검을 훼손한 이유에 대해 “내가 살아야겠다는 심정뿐이었다. 훼손은 현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그랬다. 나중에 집에 와서 죄책감이 들어 자수했다”고 말해 주위를 섬뜩하게 했다.

이 때문에 심씨가 지난해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오원춘처럼 ‘사이코패스’(반사회성 인격 장애) 성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수사진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강순 용인동부경찰서장은 “사람과 세상 모두를 너무도 황폐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범죄이다. 아직 현장 위주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여서 프로파일러 등을 통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심씨의 정신세계는 처참할 정도로 무너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본인이 느끼는 죄책감을 축소하고 범행의 명분을 찾기 위해 평소 이용하던 SNS에 글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범행의 이유를 찾는 것은 범행을 종결하는 의미의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11일 오전 심씨를 살인·강간·사체유기·사체손괴 등 4가지 죄목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2일 범행 현장과 주검 유기 장소 등에서 현장검증을 할 예정이다.

다음은 10일 오전 경찰에 자수한 심씨가 그날 오후 3시 기자들과 만나 나눈 일문일답이다.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또박또박 질문에 대답한 심씨는 경찰의 제지를 받고서야 입을 다물었다.

-주검 훼손하는 방법은 어디서 배웠나.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며 봤다. 유튜브 같은 데서.”

- 피해 여성 불렀을 때 검색한 내용을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도 했나.

“처음엔 아닌데 나중에 그런 생각 들었다.”

- 훼손한 주검을 장롱 속에 넣은 이유는.

“그땐 너무 피곤해서 잠깐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었다.”

- 오원춘 사건을 아는가.

“모른다. 그 사람 이름은 들은 것 같은데 내용은 모른다.”

- 영화를 보거나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은 없나.

“옛날부터 잔인한 영화 많이 봤다.”

- 장시간 시신을 훼손했는데 당시 심경은.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 왜 살해했나.

“여자가 도망가려고 해서, 나를 밀치고 나가려고 해서 살해했다.”

- 고등학교는 왜 자퇴했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징계 같은 건 없었다.”

용인/김기성, 박현철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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