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혼인관계로 유족 해당” 판결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와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에게 위로금을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반정우)는 정아무개씨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지원위)를 상대로 낸 위로금 지급 기각결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씨의 남편) 이아무개씨가 강제동원되기 전 정씨와 이씨 사이에 혼인신고를 마치지는 못하였으나 혼인관계의 실질은 모두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강제동원희생자지원법(희생자 지원법)상 유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가 이씨와 1944년 4월 결혼을 하고, 같은해 6월 이씨가 일제에 의해 러시아 사할린 지역 노무자로 강제동원된 뒤에도 중풍에 걸린 이씨의 모친 병수발을 20년 가량 해왔고, 현재까지도 이씨의 옛 주소지에 살고 있는 점 등을 보면, 둘 사이에 부부생활을 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희생자 지원법은 국가가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 희생자와 유족 등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 등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고통을 치유하고 국민화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데 법률상 배우자와 사실상 배우자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2011년 2월 이씨의 배우자라고 주장하며 지원위에 위로금 지급을 신청했으나, 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혼인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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