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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불륜으로 생긴 아이’ 낳겠다고 하면 공갈죄?

등록 2013-07-15 11:17수정 2013-07-15 11:22

내연관계로 임신한 여성 50억 받고 낙태
남성이 공갈죄로 고소…법원, 무죄 선고
1000억대의 재산을 가진 자산가의 내연녀가 애를 낳겠다고 한 뒤 낙태를 조건으로 50억원을 받았다면 공갈죄에 해당할까?

ㄱ(47·여)씨는 2004년 한 등산모임에서 유부남인 ㄴ(60)씨를 알게 됐다. ㄴ씨는 중소기업 2개를 소유한 1000억원대 자산가였다. 둘은 얼마 뒤 내연관계로 발전했다. ㄴ씨는 매달 500만원씩을 생활비 명목으로 ㄱ씨에게 줬다. ㄴ씨는 ㄱ씨가 임신하는 걸 원치 않아 가임기를 피해 월 1~2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둘의 관계가 계속되면서 ㄱ씨는 아이를 갖고 싶었다. 2008년 5월께부터는 배란일을 체크했고, 그해 11월 임신을 했다.

ㄱ씨는 임신 사실을 ㄴ씨에게 알리지 않았다. 프랑스에 다녀온다고 하고는 유산을 막기 위해 산부인과에 입원하기도 했다. 임신이 안정기에 접어든 이듬해 1월, ㄴ씨에게 문자메시지로 임신사실을 알렸다. ㄴ씨는 다음날 ㄱ씨를 불러내 낙태하라고 요구했다. ㄱ씨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울기만 했다.

ㄴ씨는 여러 방안을 강구하던 중 지인 ㄷ씨를 통해 ㄱ씨를 설득했다. 아이를 지우면 금전적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화가 난 ㄱ씨는 ㄷ씨에게 “그럼 100억원을 줄 수 있냐”고 말하면서 계속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했다. 그 말을 전해들은 ㄴ씨는 낙태의 조건으로 10억원→20억원→20억원 또는 그 정도 가격의 빌라→40억원 등 조건을 바꿔가며 제안을 했다. 둘의 협상은 ㄷ씨가 계속 중개했다. ㄱ씨는 계속 거절하다가 한 달 뒤 50억원을 받고 낙태하겠다고 했다.

서로 합의가 됐지만 ㄴ씨는 금액을 더 낮추려고 했다. 그러던 중 “애를 낳더라도 평생 돌아보지 않겠다. 애를 낳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하는 등 격한 말이 오고갔다. 감정이 격해진 ㄱ씨도 “아이를 낳아 회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ㄴ씨는 ㄱ씨에게 50억원을 송금했다. 나흘 뒤 ㄱ씨도 낙태했다. 그러자 ㄴ씨가 돌변해 “50억원을 돌려달라”고 했다. 또 ㄱ씨를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ㄱ씨의 행위가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의 대상은 될 수 있지만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김주현)도 “ㄱ씨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ㄴ씨를 협박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지난 11일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ㄱ씨는 아이를 낳겠다고만 했을 뿐 ㄴ씨가 말하기 전까지 먼저 낙태를 조건으로 돈을 줄 것을 요구한 적이 없고, ‘시위를 하겠다’는 발언은 협상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져 우발적으로 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또 “ㄴ씨가 사회적인 망신이라고 생각해 50억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하지만 ㄱ씨가 낙태한 직후 공갈죄로 고소해 임신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점, ㄴ씨가 상당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혼외자의 출생을 막고 싶어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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