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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들의 패륜적 범죄…부모의 ‘큰 사랑’이 덮다

등록 2013-07-19 15:28수정 2013-07-19 20:20

영화 ‘공공의 적‘에서 아들이 부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장면.
영화 ‘공공의 적‘에서 아들이 부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장면.
사채 빚 쪼들린 외아들이 부모 상대로 강도짓
부모는 “자식 못 가르친 죄” 눈물로 선처 호소
항소심 재판부 “은혜에 보답하라” 집유 선고
지난해부터 사채로 1000만원을 빌려 자동차를 구입해 택시영업을 하던 김아무개(24)씨는 생각보다 수익이 나지 않아 대출금을 제대로 못 갚았다. 연체이자는 1년 만에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원금은커녕 매달 이자비용 100만원씩 갚는 것도 허덕였다.

박씨는 사업하는 부모님이 은행에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모님 통장을 훔치기로 했다. 인터넷을 통해 모집한 박아무개(22)씨에게 강도 행각을 의뢰했다. 박씨는 가출 청소년 2명을 포함해 3명의 공범을 모았다. 김씨는 인터넷 중고사이트에서 구입한 전자충격기를 박씨에게 건넸다. 성공보수로 각자 1000만원씩 주겠다고 했다. 집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내부 구조도 자세히 설명했다. 어머니한테만 전자충격기를 써서 기절시키고, 아버지한테는 통장 비밀번호를 물어봐야 하니 전자충격기를 쓰지 말라고 하는 등 구체적으로 치밀하게 작전을 지시했다.

지난 2월16일 새벽2시30분, 이들은 김씨 부모님 집에 침입했다.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리자 김씨 어머니가 방에서 나왔고 전기충격기를 든 강도 박씨를 발견하자 소리를 질렀다. 박씨는 전자충격기로 어머니의 손을 내리쳤으나, 소리를 듣고 달려나온 김씨 아버지에 의해 제지당했다. 김씨 등은 범행을 포기하고 줄행랑을 쳤다. 이 때 아들은 차에서 잠을 자면서 김씨 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의 신고로 이들은 범행 두시간 만에 잡혔다. 부모가 경찰서에 가보니, 이 모든 일을 아들이 꾸몄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혼 10년 만에 어렵사리 낳은 외동아들이 이런 짓을 벌여 충격을 받았다.

부모는 경찰·검찰에 아들 대신 사죄하며 빌었다. 공범들도 결국 자신의 아들 때문에 범행을 하게 된 것이니 이들은 잘못이 없으니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1심 재판부는 “비록 부모님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간곡히 탄원하고 있지만, 도저히 자식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패륜적인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부모는 항소심 재판부에도 편지를 계속 보내 “집안이 어려워 돈 버는 데만 신경쓰느라 하나뿐인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희들에게 더 큰 죄를 달라”고 간곡히 탄원했다.

결국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임성근)는 지난 18일 “패륜적 범행을 저지른 데 대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원심 판단은 상당히 수긍간다”면서도 “어렵사리 얻은 아들을 용서하는 부모의 마음이 진정성 있고, 잘 교육시키겠다는 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화목한 가족생활을 하도록 가족관계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김씨에게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학창시절 생활기록부 등을 봐도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성격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번의 크나큰 실수를 엄벌하기보다 다시 가정의 품에 돌려줘 부모의 따스한 은혜에 보답하고 사회에 봉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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