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7년간 일하다 퇴직 뒤 유방암이 발생한 박민숙(40)씨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집단산재 신청에 앞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유방암·갑상샘암·불임환자 등
10명 중 7명은 기흥공단 출신
10명 중 7명은 기흥공단 출신
삼성 반도체 노동자 10명이 23일 근로복지공단에 집단으로 산업재해 승인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7명은 삼성전자 기흥공장 출신이다. 특히 유방암에 걸린 박아무개(40)씨와 갑상샘암으로 투병중인 이아무개(36)씨는 이 공장 3라인의 같은 공정에서 일했다. 2006년 백혈병으로 숨진 뒤 서울행정법원로부터 2011년 산재 인정 판결을 받은 이숙영(당시 30살)씨도 맡았던 공정으로, 셋은 한동안 작업 동료였다. 이숙영씨 쪽은 근로복지공단이 2009년 산재로 인정하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나, 공단이 항소해 현재 2심 계류 중이다. 지난해 유방암으로 숨진 뒤 산재가 인정된 김도은(당시 36살)씨도 같은 공장의 다른 공정에서 5년간 일했다. 김씨는 퇴사 9년 만에 암 진단을 받았다.
올 1월 뇌종양 진단을 받은 이아무개(30)씨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고온테스트 담당으로 2008년까지 일했다. 지난해 5월 악성 뇌종양으로 숨진 이윤정(당시 29살)씨가 6년 동안 했던 일이기도 하다. 이윤정씨 쪽은 2011년 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중이다.
이들의 산재 신청·소송을 돕고 있는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온양공장 고온테스트 공정 출신으로 반올림에 제보한 뇌종양 발병자만 4명이다. 해당 공정에서 집단 뇌종양이 발병했을 의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산재 신청자 중엔 불임 환자 김아무개(35)씨도 포함돼 있다. 반도체 작업 환경이 여성의 불임에 영향을 미쳤다고 공식적으로 다투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김씨는 기흥·화성공장에서 15년간 일하다 지난해 불임, 융모상피암 등을 진단받았다.
이날 전까지 삼성 반도체 출신으로 공단에 산재 승인을 신청한 이는 29명으로, 이 가운데 3명은 산재 인정을 받았고 5명은 심사중이다. 나머지는 소송중이거나 중도에 포기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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